법적 공방 끝에, 결국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 무산
법적 공방 끝에, 결국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 무산
  • 이승훈 기자, 이지원 기자
  • 승인 2023.12.04
  • 호수 1576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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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투표 시작 하루 전에 무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등록 거부에 선본 ‘HYLIGHT’가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선거실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선거를 앞뒀던 선본 ‘HYway’는 투표 하루 전 선거가 무산된 전대미문의 사태에 당혹스럽단 입장이다.

중선관위, HYLIGHT 후보 등록 거부
지난달 11일 제52대 총학 선거에선 선본 HYLIGHT가 추천인 서명을 받는 서류에 선본명을 통일하지 않아 선본 등록이 거절됐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추천인 명부의 선본명을 △하이라이트 △hylight △HYLIGHT 등으로 혼용했는데, 중선관위 측에선 이러한 명칭 혼용이 선본의 동질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의결에 참여한 중선관위원 A씨는 “HYLIGHT를 선본으로 등록한다면 명칭 혼용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돼 선거시행세칙에 어긋난단 의견이 모아졌다”며 “어느 정도까지 선본명을 인정해야 하는지도 논의했으나 중선관위 내에선 세부적인 판단이 불가하다고 결론지어 후보 등록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에 선본 HYLIGHT 측은 중선관위에 항의하며 ‘HYLIGHT 선본 등록 거부’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했다. 해당 안건을 상정한 중선관위원 장수영<공대 유기나노공학과 19> 씨는 “총학생회칙에 의거해 선본 등록 거부가 부당한 권리침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선관위에선 선본 HYLIGHT의 등록 거부 결정을 유지했다. 중선관위 재적 인원 중 과반의 찬성을 넘지 못해 선본 등록 인정 여부 재논의 건에 대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재심의 당시 중선관위 서기록에 따르면 중선관위원 B씨는 “중선관위에서 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할 수 있단 권한에 따른 결정”이라며 “후보자 개인이 형식적 요건을 지키지 못한 채 제출한 서류 미비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의결 과정에 대해 “선본 재등록 안건 상정과 관련해서도 여러 중선관위원들의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찬성표가 의결 기준을 넘지 못해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중선관위-HYLIGHT 간 다툼, 결국 법원 개입까지
선본 HYLIGHT 측은 재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선거실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중선관위 측에서 추천인 명부에 대한 보완이나 소명을 요구하지 않았단 점을 이유로 선본 등록 거부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선본 HYLIGHT 총학생회장 후보였던 이재운<공대 자원환경공학과 15> 씨는 “학생사회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선거실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게 됐다”며 “우리 선본을 추천해준 700명의 학우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함”이라 전했다.

우선 법원에선 학생 자치와 관련된 일인 만큼 지난달 24일까지 중선관위와 선본 하이라이트 간 상호 합의를 권고했으나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선본 HYLIGHT는 이번 11월 정기 선거를 무산한 뒤 내년 3월에 재선거 시행을 희망한 반면 중선관위는 11월 선거를 잠시 중단한 뒤 12월에 재선거를 시행하자고 나서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중선관위원장 황시현<사범대 영어교육과 21> 씨는 “선거시행세칙 상 중선관위 측에서 선거 무산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고 싶었지만 HYLIGHT 선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협상의 결렬과 관련해 HYLIGHT 또한 어쩔 수 없었단 입장이다. 중선관위와 입장 차를 조율하고 HYway 선본과 더불어 선거에 대한 논의를 원했으나 논의의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단 것이다. 이 씨는 “중선관위 측에서 HYway와 함께 추후 선거 방향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후 중선관위 내부에서 HYLIGHT와 합의하지 않겠단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합의가 결렬되자 법원은 이 씨가 신청한 가처분을 인용하며 “중선관위는 2024학년도 한양대학교 제52대 총학생회 선거를 실시하여서는 아니된다”라 주문했다. 법원에선 각 추천인 명부에 기재된 선본 명칭의 발음이 동일하고 예비후보란에 총학생회장단의 이름이 명시돼 있단 점을 이유로 추천인 명부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추천인 서명 명부에 기재된 선본명의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단 이유로 신청인이 ‘정회원으로 500인 이상이 서명한 회원추천서’를 제출하란 후보자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선관위가 신청인의 후보자 등록을 거절한 것은 선거 절차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선관위가 후보자 명칭 혼용을 근거로 HYLIGHT 선본 등록을 거절한 것을 부당한 처사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진행됐어야 할 총학 선거는 무산됐다.

무산된 총학 선거, 선본 HYway의 입장
투표 전날 선거가 무산된 선본 HYway 측은 당혹스럽단 입장이다. 단선으로 선거를 준비했던 HYway 선본은 이미 지난달 15일부터 대면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정책공청회까지 모두 진행했지만 투표 전날 급하게 선거 무효 결정을 통보받은 것이다. 총학생회장 후보였던 장한규<공대 생명공학과 19> 씨는 “학생사회 차원에서 더 많은 대화와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식으로 선거가 무산돼 허탈하다”며 “내년 3월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면 더욱 준비된 HYway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공석이 된 총학에 대한 보궐 선거는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오는 2024년 3월에 실시될 예정이다. 선거 무산 사태로 인한 학생사회의 혼란이 더욱 커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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