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사랑은 비효율적
[아고라] 사랑은 비효율적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3.12.03
  • 호수 157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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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윤<문화부> 정기자

필자는 기자의 꿈을 포기하기 위해 한대신문에 들어왔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말 그대로다. 고등학생부터 기자의 꿈 하나만 바라보며 학교생활을 채워나갔다. 친한 친구와 함께 밤새 사회 토론대회를 준비하며 기자에 어울리는 학생처럼 보이려 애써 노력했다. 기대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가 기자에 어울리는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멋진 내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 후 눈앞에 펼쳐진 건, 재미없는 전공수업과 흥미 없는 일상뿐이었다.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던 학교생활에 사실 난 기자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인가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차라리 취업이라도 잘되는 학과로 진학해야 했었나, 지금이라도 전과를 해야 하나 의미 없는 고민만이 필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른 학과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해 봤지만, 그렇다고 필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학과를 찾진 못했다. 필자완 다르게 자신의 할 일을 잘 찾아가는 사람에겐 자격지심을 느끼며, 그들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필자가 밉기도 했다.

어느 것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시점에 필자의 눈에 수습기자 모집공고가 보였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기자와 어울리는 사람일지 시험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호기롭게 한대신문에 들어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밤을 지새우며 노력해도 계속되는 기획안 반려, 끊임없는 피드백, 학생기자에겐 너무나 어려운 취재원 컨택. 잘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 투성이에 가끔은 눈물짓기도 하며 지원서를 썼던 필자의 손을 노려보기도 했다.

힘든 학보사 생활에 한 친구가 물어봤다. 아무도 안 읽는 신문에 왜 이리 열심히냐고, 너무 비효율적인 활동 아니냐고. 그만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한대신문을 그만두고 싶진 않았다. 힘든 마감회의가 지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와 새로 나온 신문을 보면 너무나 뿌듯했다. 힘들어도 옆에서 응원해주는 또 다른 친구의 말에 힘을 얻고, 고생했던 기사일수록 필자를 기쁘게 만들었다.

인생을 꼭 효율적으로 살아야만 할까? 효율적인 게 좋은 것일까? 무언가를 위해 맹목적으로 시간과 마음을 쓰는 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걸 위해선 비효율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0분의 인터뷰를 위해 취재원을 만나러 두 시간을 가는 것도, 매번 반려 당하는 기획안을 다시 쓰는 것도, 기사 하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학보사 생활의 모든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기자를 포기하고자 들어왔던 한대신문에서 확답을 얻었다. 필자는 기자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기자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필자가 쓰는 기사, 그 속의 글자 하나하나까지도 전부 사랑한다. 그러니 필자는 앞으로도 사랑하는 것을 위해 비효율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위해 비효율적으로 노력하는 필자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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