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커뮤니케이션, 과학을 번역하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학을 번역하다
  • 김여진 기자
  • 승인 2023.12.04
  • 호수 157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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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단어에서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학은 멀고도 낯선,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날씨부터 가로등을 밝히는 전기, 심지어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까지, 사실상 과학 없이 설명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이에 비과학자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과학을 설명해 주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나에겐 너무나 먼 과학
그간 과학은 우리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야였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과학 교육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흥미와 실용성보단 시험을 위한 내용을 위주로 하여 학생들은 일찍이 과학과 멀어지기 십상이다.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은 “과학계 전문 용어는 과학자들 사이에선 뜻을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많은 차이가 있어 비과학자의 접근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는 학계에도 우리 사회에도 좋지 않은 현상이다. 항성은 “과학계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학적 사실과 이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가 쉽게 확산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나 결과를 보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무관심은 연구 지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이 부족해지면 장기적으론 사회 전반의 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기에 과학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작 과학자들은 각자의 연구에 몰두하기 바쁠뿐더러 그들의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들을 대신해 과학 사회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전달해 줄 존재가 필요하다.

과학을 번역하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이에 최근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란 △과학적 개념 △발견 △여러 이론을 비과학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고 과학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예를 들어 유명 미국 드라마를 보며 그 안에 숨겨진 과학을 설명하고,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단위 중 하나인 중성미자의 존재를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인 바나나를 통해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이 전문화, 세분화되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점차 더 강조되고 있다. 항성은 “과학의 전문화와 세분화는 과학의 깊이와 범위가 확장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다”며 “과학자도 서로 간의 연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비과학자는 과학 지식을 이해하는 것에 더 큰 장벽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유튜브 채널 ‘지식인미나니’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환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실제로 미국 NASA에는 과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홍보부와 언론팀이 있다”며 “이들은 대중에게 왜 우주 개발이 중요한 것인지 알려 대중들이 우주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정책 및 예산 결정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계속해서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주목적 중 하나는 과학인들이 연구에 집중하는 동안 이들과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는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하는 비밀을 파내고 알아내는 사람들이 과학자라면,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그것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라며 “이들의 역할은 과학 지식의 경중을 가리고 우리 삶과의 관계성을 파악해 의미를 재창출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덧붙여 항성은 “과학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가는 시점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적, 윤리적 문제까지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한편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과학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까’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꼭 필요한 고민이다. 초기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책과 강연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최근엔 △방송 △소설 △연극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매체의 종류에 따라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엔 제각기 차이가 있지만,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모든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항성은 “사람들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끌릴 수밖에 없기에 영상을 만들기 전에 스토리 텔링을 먼저 구상한다”며 “유머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청자가 과학을 너무 진지하게만 바라보지 않고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천문학 개념을 설명할 땐 밤하늘에 보이는 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몰입을 유도하고, 흔히 말하는 ‘짤’ 등의 B급 감성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선 △비유 △시각화 △예시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비과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기 위해 뜻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용어를 단순화시키고 예시와 비유를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영상 매체는 시각적인 요소를 풍부하게 활용해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풀어낼 수 있다. 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 이론들은 눈으로 보여주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실제 연구 현장의 모습, 연구 결과물을 직접 보며 설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라 생각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영상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어렵고 낯선 과학 지식을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선 해당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역시 필수다. 하리하라는 “종종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에만 너무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엔 ‘연계적 전문성’, 즉 과학과 커뮤니케이션 양쪽을 다 이해하고 그 둘 사이의 언어를 통역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다룰 땐 △전문가 인터뷰 △신뢰할 수 있는 학술 자료 △최신 연구 결과 분석 등을 통해 내용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과학은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설명해 주는 이가 없다면 우린 변화가 변화인지도 모른 채 흘러갈 뿐이다. 박물관의 도자기가 그저 별거 없는 오래된 흙덩이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 의미를 설명해 주는 해설가가 있듯, 과학계에도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과학과 사회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과학적 문해력을 갖추고, 과학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도움: 이민환 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 과학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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