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대’ 맞은 것처럼
[취재일기] ‘한대’ 맞은 것처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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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영<문화부> 정기자

필자가 어렸을 적 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면은 단연 ‘문화’였다. 어려운 정치나 사회 지면은 뒤로 하고, 곧장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문화면으로 직행했다. 언젠가 활자 너머의 세상을 생생하게 그리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래서 수습교육을 마친 뒤, 부서 배치 1지망에 고민 없이 ‘문화부’를 적었다.

그러나 학보사 생활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간절하다 못해 절박하기까지 한 인터뷰 요청 메일과 대기음밖에 들리지 않는 전화가 취재의 대부분이었다. 기사 분량만큼이나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기사를 쓰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야말로 ‘한대’ 맞은 것처럼 당황스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한대신문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냔 질문을 받으면 여러 고충이 동시에 떠오른다. △기획안 반려 △무한 피드백 △밤샘 작업을 따라주지 않는 체력까지. 그럼에도 가장 큰 난제는 역시 인터뷰다. 대학생 기자라고 귀엽게 봐줘 요청에 친절히 응하는 분도 있지만, 거절 답변조차 없이 ‘읽씹’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럼 인터뷰 컨택만 되면 다음 단계부턴 일사천리냐, 당연히 아니다. 한대신문이 아니었더라면 말 한번 섞어보지 않았을 전문가에게 몇십 분이나 질의해야 한다니, 필자에겐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압박이었다. 전문가의 눈에 필자의 질문이 너무 엉뚱하거나 비상식적인 말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돼 인터뷰 직전까지 질문지를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취재원은 필자를 배려해 최대한 쉬운 단어를 골라 풀어 설명하려 애쓴다. 그럴 때면 죄송한 마음과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단 다짐이 마음속에 일곤 했다.

특히나 인상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 한대신문 사무실에서 조판회의로 날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9시에 나간 한 취재원과의 대면 인터뷰다. 그 인터뷰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해준 독려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기성 언론 인터뷰는 다 거절해도 학생 인터뷰만은 꼭 받는다고 했다. 그는 ‘아직 학생이니까요. 취재원 구하는 게 어렵겠죠’라며 위로를 보냈다. 또, 대학생은 ‘가장 안전하게 용서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니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덧붙였다. 따듯한 눈길로 보내오는 응원에 학생으로서, 기자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한대신문에서 1학기도 채 보내지 않았는데 사소한 습관부터 마음가짐까지 변화가 생겼다. ‘저거 기사로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면 휘발되기 전에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예상과 다른 기자 생활이면 아무렴 어떤가. 예상치 못한 나름의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단 의미이기도 한데. 지금 분명한 건 학보사 기자로서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이다. 필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비판과 독려를 아끼지 않는 한대신문 식구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고, 남은 기간이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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