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외교, 단지 귀여운 선물일까?
동물외교, 단지 귀여운 선물일까?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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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로 많이 사랑받고 있는 아기 판다 푸바오는 사실 중국의 판다 외교관이다. 푸바오는 장난꾸러기같은 성격으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 한중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상대국으로 파견 보낸 동물을 통해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 외교방식을 동물외교라고 한다. 판다뿐만 아니라 △따오기 △조랑말 △키위새 등 주로 멸종위기의 희귀한 동물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동물이 외교관처럼 활동하고 있다.

생소한 동물 외교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조선 시대엔 일본이 조선에게 원숭이나 물소 같은 희귀한 동물을 선물로 보내고 조선 역시 중국에서 받은 △낙타 △두루미 △양을 일본에 보내며 우호 관계를 다졌다. 지난 2018년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우리나라로 풍산개 한 쌍을 선물 보냈다. 북한의 풍산개 선물은 남북 간의 △관계 개선 △협상 △화해를 보여준다. 김치욱<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최고 지도자들이 단순 선물용으로 동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호 친선을 위해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가치에 맞는 동물을 보냈다”고 말했다.

동물의 친근한 인상을 활용한 동물 외교는 국가의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가 중국의 판다이다. 문흥호<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판다를 생각했을 때 부정적인 느낌보단 귀여운 인상을 먼저 떠오르게 만든다”며 “중국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동물 외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외교는 멸종 위기종 복원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지난 2008년과 2013년 한중정상회담의 결과로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두 번에 걸쳐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 4마리를 기증했다. 이후 따오기 복원 사업을 통해 약 296마리의 따오기를 방사하며 따오기 복원에 성공한 바 있다. 김성진<우포따오기복원센터 따오기관리팀> 박사는 “기존에 있던 따오기 한 쌍으로 교배 시 근친교배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추가로 받은 따오기로 근친교배를 막고 따오기 사육 증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동물 외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5월 미국에선 뉴질랜드에서 보낸 키위새를 만질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예민한 습성을 갖고 있는 키위새에게 스트레스를 줘 목숨에 위협을 주는 행동이라며 비판받았다. 이 문제로 해당 동물원은 사과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을 중지했다. 최정아<한국동물보호협회> 대표는 “기존의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동물이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동물을 주고받는 것이다 보니 동물권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나은 동물 외교를 위해선 동물권 보호와 생물 다양성 차원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동물을 보낼 때 이전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고 최대한 동물 복지를 보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 동물외교는 각국 멸종위기 동물의 복원을 서로 돕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일부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간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동물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단 것이다.

동물 외교를 통해 멸종 위기종 복원과 우호적 외교 관계 형성에 있어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동물 복지와 권리보호란 숙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동물 외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동물의 권익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김성진<우포따오기복원센터 따오기관리팀> 박사
김치욱<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정아<한국동물보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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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2024-04-07 22:12:11
나는 중국으로 돌아왔어!
사랑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