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명무실한 후보자 검증에 아수라장 된 국회 인사청문회
[사설] 유명무실한 후보자 검증에 아수라장 된 국회 인사청문회
  • 한대신문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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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와 국회의원들의 다툼만이 지속되며,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의 요청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감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인사청문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장관 후보자와 국회의원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이어지는 인사청문회에서 과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5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규정된 자료 사전 제출의 의무를 위반하고 회의 당일에서야 본인이 가공한 자료를 제출했다.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기 위해선 방대한 자료를 미리 검토해야 하는데, 고작 회의 시작 전의 몇 시간 동안 어떻게 후보자를 검증하란 말인가. 뿐만 아니라 여야 간 다툼에 매몰돼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같은 날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이들은 서로 욕설까지 퍼부으며 격양된 감정을 표출했고, 이에 결국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의 철저한 인사 검증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누구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은 나날이 깊어져 간다.

정식적인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청문보고서가 작성된다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이는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0년 이래로 역대 최고 수치다. 이전까지의 정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고위공직자가 임명된 건수는 △노무현 정부 3건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9건 △문재인 정부 33건으로 나타났다. 청문보고서가 작성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대통령이 장관급 고위공직자 임명을 강행하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해온 것이다.

행정부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청문보고서가 부적격 하다는 결론이어도 △청문회가 열리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단 의미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선 인사청문회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에도 대통령은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반면 최초로 인사청문제도를 운영 중인 미국의 경우 의회에서 인준이 거부되면 해당 후보자는 임명될 수 없도록 규정해 각 기관 간의 견제가 원활히 이뤄지게 했다. 이처럼 입법부의 권한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삼권분립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인사청문회가 이뤄질 것이다. 이때마다 제대로 후보자를 검증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이 떠맡게 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고위공직자를 뽑는 자리에 다수의 인정을 받을 만한 인물이 임명되기 위해선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장관 후보자와 국회의원은 모두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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