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시험 쏠림, 설 자리를 잃어가는 청년들
전문직 시험 쏠림, 설 자리를 잃어가는 청년들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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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을 향한 청년층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기 불황과 사기업 신규 채용 축소로 인해 전문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문제들을 우려하며, △기업 △대학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직을 찾는 청년들
청년층의 전문직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법학적성시험 지원자는 약 56%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는 약 49% △변리사 1차 시험 지원자는 약 14% 증가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노동시장에서 전문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학교에서도 전문직 시험 준비생들이 증가했단 전언이다. 서울캠 전문직 시험 준비반 관계자 A씨는 “최근 전문직 시험의 인기로 인해 준비반에 지원하는 학생도 많아졌다”며 “매년 학생이 늘고 있는 추세”라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 입시에서도 드러났다.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수의예과 △약학과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이하 의약 계열) 진학 경쟁이 매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입 수시 모집 주요대학 의대 평균 경쟁률은 33대 1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45대 1을 기록했다.

전문직 쏠림 현상의 원인
이러한 전문직 쏠림 현상은 △취업 경쟁 심화 △높은 취업 가능성 △경제적 이점 등의 복합적인 원인들로 인해 발생했다. 우선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로 인한 취업 경쟁 심화가 전문직 쏠림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약 40%는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으며 약 15%는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경기둔화 장기화의 신호가 보이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것이다. 권의종<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는 “사기업의 채용이 줄어들어 취업난이 심해질수록 안정성과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불안정한 취업시장 분위기로 인해 청년들은 자격증만 취득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전문직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 교수는 “청년들은 전문적인 하나의 기술, 능력을 마련해야 취업이 용이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대 재학생 B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업이 확정되지 못하는 학과에 진학하기엔 미래가 매우 불안정하게 느껴졌다”며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쳐버려 대학에서까지 스펙을 쌓아 취업시장에 뛰어들 자신이 없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높은 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이점도 전문직 쏠림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3천70만원이며 회계사의 중위 연봉도 7천5백만원에 달했다. 권 공동대표는 “전문직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 어려움에 덜 민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전문직의 경우 정년 제도가 없어 경제활동 기간이 길단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채수민<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20> 씨는 “증권업종은 40대 퇴직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년 퇴직 나이가 정해지지 않은 전문직의 경우 퇴직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도 이점이 클 것”이라 말했다. 

전문직 쏠림 현상의 위험성
전문직 쏠림 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낭비 및 학문의 다양성 위협 등의 우려가 존재한다. 우선 합격자 수가 한정적인 전문직의 특성상 불합격자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직 시험에 몰두하는 잉여 인력이 대거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가 일어난다. 실제 지난해 공인노무사 시험의 경우 27.5대 1,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시험 또한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권 공동대표는 “전문직 시험에서 N수생 비율이 증가할 경우 유능한 학생들이 경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곧 사회에 유용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개인들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몇 년 간 시험에 고전하는 ‘고시 낭인’이 증가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단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질이 떨어져 학문의 다양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존재했다. 청년들이 특정 분야나 시험에 한정된 교육에만 관심을 가져 관련 분야에 지원이 집중돼 기초 학문에 대한 강의가 부실해질 수 있단 것이다. 이 교수는 “이공계 학생들이 의약 계열로 쏠리거나 인문계 학생들이 고시반으로 모이는 등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학생이 유출되는 분야는 크게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은
전문가들은 취업난 해소와 대학과 기업 간 연계 취업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전문가들은 취업난 해소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공동대표는 “전문직 쏠림으로 인한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대, 지역의 상황과 요구에 맞게 조절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기회와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보장된다면 인력 쏠림 현상은 저절로 해소될 것”이라 전했다. 취업난 해소를 위해선 다양한 직업 속에 존재하는 불균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단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대학 간 연계 취업 제도를 강화해 직업 선택의 기회를 늘려야 한단 의견도 있었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 △미래 △흥미 등을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직업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단 것이다. 이 교수는 “전문직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취업 상담 및 진로 자문 등이 활발히 이뤄져 학생들이 자기 발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기업 △정부 △학교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취업난과 직업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전문직 쏠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직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 그리고 정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도움: 권의종<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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