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잇따른 제3차 전학대회, 학생 사회 불안 장기화될까…
혼란 잇따른 제3차 전학대회, 학생 사회 불안 장기화될까…
  • 김정원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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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에 개회된 서울캠퍼스의 제3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전 총학생회(이하 총학)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위)·중앙특별위원회 학생인권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의 1학기 사업 보고 부결 △전자 투표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한 의결 지연 △대의원들의 대거 중도 이탈 문제 등의 잡음이 이어졌다. 이에 학생 대표자들의 직무 유기와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 총학 중집위 사업 보고 부결
전 총학 중집위의 1학기 사업 보고 및 결산이 부결됐다. 결산안의 내용이 부실했을 뿐더러 일부 1학기 인준 사업 보고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우선 봄축제 미납금과 결산 세부 내역이 부실하단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납금 1천2백만 원가량(본지 1570호 01면)에 관한 내용이 결산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예산의 집행 명세에서도 표기가 명확하지 않고 세부 내용이 첨부돼 있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단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집행된 예산에 대한 세부 사용 내역은 미비한 채 △KCP-결제 △신한카드 △개인 지출 등 내역의 대표 항목 명칭만 간소하게 기재된 것이다. 경영대 정학생회장 김지혜<경영대 경영학부 21> 씨는 “대의원들이 총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 주기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결산안엔 최대한 모든 자료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납금에 관한 내용이 전부 누락된 결산안으론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운영에 의구심이 들고 납득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1차 전학대회 당시에 인준 받은 △기숙사 개선 사업 △총학생회 홈페이지 UI 개선 △하계 확대 간부 수련회 기획 등의 사업 보고가 누락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연대 정학생회장 정유진<자연대 물리학과 20> 씨는 “사업 계획에 대한 인준을 받는 것은 대의원들에게 해당 사업의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며 “진행 중 차질이 생겨 불가피하게 무산됐더라도 해당 사항 또한 결산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복위 사업 보고 부결
아울러 학복위의 지난 학기 사업 보고도 부결됐다. 총학생회칙 자금운영세칙 제22조에 따르면 학복위는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중집위의 후원금 수취 및 사용 내역을 감사해야 하며, 그 결과를 학생 사회에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학복위가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부실 감사 논란이 제기됐다. 공대 부학생회장 장수영<공대 유기나노공학과 19> 씨는 “제대로 된 보고서가 없는 총학 후원금 감사 결과로는 학생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감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가 마련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복위는 총학 후원금 감사에 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고서 작성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럼에도 감사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학복위원장 김인해<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1> 씨는 “총학 후원금에 대한 지출 증빙 자료 감사 결과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감사 내용을 보고서의 양식으로 작성하고 결과를 공고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해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학복위의 사업 보고는 대의원 34명의 반대와 32명의 기권으로 부결됐다. 국어국문학과 정학생회장 장보석<인문대 국어국문학과 20> 씨는 “총학을 감사하는 유일한 학생 기구인 학복위가 보고서 누락에 관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단 이유를 드는 것은 어떤 변명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정학생회장 최환희<공대 화학공학과 21> 씨 또한 “학복위원장이라면 응당 알아야 할 당연한 내용을 전학대회의 자리에서 대의원들이 알려주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흡했던 운영에 회의 중단될 뻔해
일각에선 회의의 운영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전학대회에선 전자 투표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해 대의원의 의사 표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회의 도중 비표를 들고 수기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표 의결 방식은 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기록이 남지 않는단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김지혜 씨는 “일일이 수를 세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명 투표임에도 표결에 대한 자료가 남지 않는 비표 방식을 채택한 것은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전학대회에 이어 대의원들의 중도 이탈 문제가 반복되기도 했다(본지 1565호 01면). 최소 의결률인 50%를 충족한  이후 자리를 이탈하여 회의 후반엔 대의원 114명 중 겨우 67명만이 남은 것이다. 대표자들이 대거 이탈하자 전학대회의 진행을 위한 최소 인원수를 충족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전학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정책학과 정학생회장 홍현우<정책대 정책학과 22> 씨는 “의결 참여를 인정받는 최소 요건을 충족한 후 자리를 이탈하는 행위는 심각한 책임감의 부재이며 대의원 자격을 맡겨둔 학우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전학대회 무단 불참의 기준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대위는 의사 표결 방식 및 대의원 이탈 문제에 대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겠단 입장이다. 전학대회위원장 이재운<공대 자연환경공학과 15> 씨는 “온라인 표결 시스템의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탓에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대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중운위 내부 회의를 거쳐 운영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대표자들이 보다 깊은 책임 의식을 가지길 바란단 입장이다. 학생 A씨는 “총학 중집위와 학복위 활동을 통해 장학 혜택을 받은 이들이 제 몫의 일을 다하지 않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의원들이 선출직 대표자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하고 직위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길 바란다”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의 부족한 업무 이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학생 B씨는 “미흡한 준비 속에서 진행된 전학대회로 비대위 체제 속 혼란이 가중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부실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로 인해 학생 사회의 불안정이 장기화되고 있다. 학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학생 대표자들의 진중한 고찰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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