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highlight)
[칼럼]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highlight)
  • 이연수<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 졸업> 동문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연수 <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 졸업> 동문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언제나 그랬듯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접속한다. 인스타그램 피드 내 군침이 고일만큼 먹음직스럽고 고급스러운 애플망고 빙수가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여름이면 꼭 먹어줘야 한 다’, ‘단순한 빙수가 아니다’ 등의 코멘트도 이어진다. 빙수 하나에 9만 8천 원이라는데, 여전히 인기가 많다. 계속해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내려보는데, 광활한 잔디 위에서 골프를 즐기고 바다가 보이는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며 명품 가방을 메고 5성급 호텔 뷔페의 근사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외에도 일부 지인들은 소위 ‘인스타그래머’로서 ‘인스타그램스러운’ 게시물을 업로드하는데 분주하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들이 나와는 무관한가? 아니다. 나도 기회만 된다면 비싼 빙수도 먹고 싶고,명품백도 사고 싶고, 좋은 호텔에서도 자고 싶다.

그렇다. 어찌 보면 인스타그램 피드가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해지고 당연해진 모습이다. 코로나19(COVID-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소비 욕망은 △명품 가 방 △시계 △오마카세 △호캉스 등 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 구매액이 325달러로 전 세계 1위를 차지(미국 280달러, 중국 55달러)하였다는 미국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의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엔데믹(endemic) 후 물가, 금리 상승으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졌음에도 명품 판매량, 고급 호텔·식당 등의 예약률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비 행태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인스타그램 주 이용층인 20~30대 사이에서는 최근 ‘무(無)지출 챌린지’ 등의 극단적인 절약 행태가 주요 소비 패러다임(paradigm)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점심에는 도시락을 싸고, 퇴근 후에는 집밥을 먹는 것으로 외식비로 나가는 지출을 최대한 줄여보는 것이다. 또한 걸으면서 운동하고 포인트를 모으거나 리뷰를 남기고 캐시백을 받는 소위 ‘앱테크(App- tech)’를 통해 차곡차곡 모은 포인트로 커피값을 해결한다. 이외에도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부수입을 창출하거나, 시중가 대비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잘나가는(또는 것처럼 보이는) ‘인스타그래머’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도 어렵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비롯해 5성급 호텔과 같은 고급스러운 장소에 서 하루를 보내면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근사한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 좋은 경험이라는 것은 백 번 인정한다. 그러나 화려한 모습만 연재되는 인스타그램 속 세상에 익숙해져 이를 나의 욕망으로 삼고, 욕망의 자아와 현실의 자아와의 간극(間 隙)을 자꾸 확인하며 불편한 마음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들 피드에 전시된 그들의 하이라이트(highlight)와 나의 비하인드(behind)를 비교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도 않는다.

‘인스타그램의 이상에 부합하는 나’와 ‘현실적인 나’를 비교하며 씁쓸해할 필요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소비를 하며 이를 쫓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의 수준이 자기 자신의 수준을 결정짓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외에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소비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이라도 인스타 그램 피드에서 단정 지어 놓은 ‘하이라이트’와 거리를 두고, 내 인생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