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없는 소통위 감사 결과, 더 체계적으로 운영 돼야
징계없는 소통위 감사 결과, 더 체계적으로 운영 돼야
  • 김경미 기자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31일 ERICA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산하 소통학생위원회(이하 소통위) 감사 결과 총 10개 기구에 주의 및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여러 주의·경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징계를 받은 학생기구는 없다. 이에 학생들은 징계가 필요한 사안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소통위의 개선이 필요하단 입장을 보였다.

소통위 감사로 총 10개 기구가 주의 및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예산 삭감 및 회장직 해제와 같은 직접적인 조치가 이뤄진 단과대는 없다. 제2대 소통학생위원장 임수민<과기대 수리데이터사이언스학과 20> 씨는 “여러 문제를 발견했지만, 감사 세칙에 따라 직접적인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직접적인 처벌에 대한 높은 기준 △학기마다 소멸되는 징계 내역 △감사 결과 미공지로 인해 감사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직접적인 처벌을 위한 기준이 높아 학생기구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징계는 주의 3회부터 경고 1회로 누적되며, 경고 2회부터 실질적인 처벌인 예산 정지가 이뤄진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기구에 가해지는 조치는 구두 징계 수준에서 그친다. 이번 소통위 감사에서도 실제 징계 없이 경고 1회를 받은 학생기구가 2건, 주의 1회를 받은 학생기구는 9건이다.

또한 현재 소통위 징계 결과는 누적되지 않고 해당 학기가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에 학생기구에 제대로 된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단과대 학생회 △총학 △학과 학생회 등의 학생 기구는 임기가 1년이기에 운영상 문제가 재발하더라도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재학생 A씨는 “학생기구는 연속성 있는 기구인데 징계가 학기마다 초기화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집행부 인원이 같은 1년 단위론 징계가 누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처벌 기준에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소통위에선 8개의 학생회가 이번 감사 유형과 비슷한 △감사 자료 제출 기한 △수익금 문제 △학생회비 사용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본지 1561호 03면). 재학생 B씨는 “학생회에서 2학기 연속으로 회칙을 어기는 일이 계속 반복됐지만 처벌의 수위가 낮아 징계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소통위 감사 결과가 학생들에게 공지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감사위 세칙에 따르면 소통위 감사 결과는 감사 종료 후 7일 이내에 학생 사회에 알려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제1·2대 소통위 감사 보고서는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재학생 C씨는 “투명한 학생 사회를 위한 소통위 감사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공지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편 감사를 받는 학생기구들은 별다른 논의 없이 소통위 세칙이 자주 변경돼 세칙의 정확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통위 측에선 꾸준히 세칙을 개정해 왔으나 그 내용을 학생기구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뿐더러, 비학생회 인원으로 구성된 탓에 학생기구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내용으로 세칙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학과 학생회장 D씨는 “감사 세칙이 자주 변경될뿐더러 바뀐 내용이 많아 혼동이 있었다”며 “학생기구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개정된 세칙을 설명하고 학생기구의 의견도 반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소통위와 총학은 소통위 세칙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제3대 소통학생위원장 박유진<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21> 씨는 “실제 적용이 애매하고 까다로운 세칙들이 많아 이를 개정하고, 징계가 1년 동안 누적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경고에 대한 페널티를 추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는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지난 학기 학과별 결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며 “학생기구들이 노션에 올리는 영수증 내역 등을 링크트리 등을 통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총학은 소통위와 학생기구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개선하겠단 입장이다. 총학생회장 박세원<과기대 의학생명과학과 14> 씨는 “학생기구들이 소통위 내규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감사 세칙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소통위와의 지속적인 의논을 통해 학생 대표자들도 내규에 혼동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 말했다.
학생들을 대변하는 학생 자치 기구가 더욱 투명한 학생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