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예산 삭감, 대학가에도 불어오는 피해의 바람
연구개발 예산 삭감, 대학가에도 불어오는 피해의 바람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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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예산 대폭 삭감 여파가 대학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이에 △고려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및 공과대학 △연세대 △카이스트 등 많은 학교에선 정부에 예산 삭감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오는 2024년도 과기정통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R&D 사업에 큰 피해가 예상되며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과기정통부의 예산이 올해에 비해 약 30% 삭감됨에 따라 전체 과기정통부 사업 631개 중 317개 사업이 타격을 입게 됐다. 이중 약 60%가 기초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R&D 사업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R&D 사업 예산은 약 8천억 원 감소됐다. 이어확<국가 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장비비 △재료비 △학생 인건비 등으로 지출되는 직접비가 대폭 삭감돼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 전했다. 제동국<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동조합> 위원장 또한 “현재 세부 항목들에 대한 삭감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연구 현장에서 어려움이 계속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어떤 영향 미치나
이번 예산 삭감은 △연구활동 위축 △인재 양성 불가 △R&D 사업의 급진적 수정 등의 형태로 대학의 연구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이공계 연구에서 이용하는 시설의 유지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연구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존재한다. 이공계 교수 A씨는 “현재 연구비의 80%가 정부의 지원”이라며 “이렇게 연구비가 삭감될 경우 연구활동의 축소를 넘어 중단이 될 지경”이라 전했다. 이공계 연구 활동 금액을 충당하는 것에 정부의 지원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예산이 삭감될 경우 연구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단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 미래인재 양성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이 대폭 줄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 수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대성<경북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연구기재재 비용 △재료비 △학회활동 등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 학생들이 학업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도 감소해 몇 년 후 고급인력이 부족해져 결론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공계 재학생 C씨 또한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국가 소속 연구소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채용 인원 및 관련 지원 또한 줄어들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급진적인 삭감으로 인해 기존에 수립했던 R&D 사업 계획들을 대폭 수정해야 한단 문제가 존재했다. R&D 사업은 단기간 이뤄지는 것이 아닌 4~5년 이상 지속되는 연구 사업이기에 일률적인 삭감이 더욱 문제가 된 것이다. 이공계 교수 B씨는 “기초연구 특성상 장기간 진행되는 연구활동이 많다”며 “올해 예산을 삭감해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연구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 삭감이 대학 연구실에선 더 큰 피해로 느껴지는 것”이라 말했다. 

대학가의 움직임
이에 많은 대학 학생회에서 연합해 R&D 예산 삭감 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고려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및 공과대학 △연세대 △카이스트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 전면 삭감 정책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 따르면 “연구 환경 악화로 대학에서의 연구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의 예산 삭감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장 강동재<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18> 씨는 “R&D 예산 삭감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이공계 차원에서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장 나세민<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21> 씨 또한 “예산 삭감에 대한 내용은 이공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해당 정책에 대한 배경이나 내용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대응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예산 결정 자리에 연구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


도움: 이어확<국가 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
제동국<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동조합> 위원장
조대성<경북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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