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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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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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우정’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가. 나와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으면 진정한 친구일까? 아니면 나이대가 비슷하면 진정한 친구라고 볼 수 있을까. 나와 잘 맞지 않아도, 나이가 달라도 우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과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이를 거스른 우정, 만화 「나빌레라」

‘친구’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의 인물이 떠오를 것이다. 흔히 우리는 친구 관계를 또래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만화 「나빌레라」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우정의 정의를 뒤바꾼다.

만화는 70대의 덕출과 20대의 채록이 발레를 통해 우정을 쌓는 이야기이다. 70세 덕출은 어느 날 우편 공무원을 은퇴하고 발레를 도전하지만, 가족과 주변인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모두의 반대 속에서 발레를 시작한다. 또한 23살 채록은 스포츠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우연히 발레를 접하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생활고로 인해 발레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다. 발레단에서 처음 만난 채록과 덕출의 첫 만남은 삐거덕거렸다. 발레단장의 지시로 채록은 덕출의 선생님, 덕출은 채록의 매니저가 된다. 물론 억지로 맺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매끄러웠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덕출이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채록을 도와주고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발레를 통해 둘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보완해 주며 발레리노라는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간다.

만화 「나빌레라」는 덕출과 채록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우정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70세와 23세가 어떻게 친구가 돼 우정을 쌓을 수 있냐?’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채록과 덕출은 발레로 교감하고 의지하면서 47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 세계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만화 「나빌레라」를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나의 소울메이트는 누구인가, 영화 「소울메이트」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는 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친구와의 관계는 성인까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지만, 크고 작은 이유로 인해 멀어지기도 한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청소년기 친구 관계의 변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린 영화이다.

제주로 이사 온 미소는 동갑인 하은을 만난다. 같은 듯 다른 둘은 같이 그림을 그리고 놀며 단짝 친구가 된다. 고등학생이 되자 하은은 첫사랑을 만나고 미소는 하은의 첫사랑을 도와주며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한다. 그러나 하은의 첫사랑과 미소의 미묘한 기류는 하은과 미소사이에 오해를 만들고, 이를 풀지 못한 상태로 미소는 자유를 찾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

하은은 제주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선생님이 되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평탄한 삶을 살지만, 미소는 서울에서 금전적인 도움과 부모님 없이 혼자서 살아간다. 그러나 미소가 자유를 찾기 위해 제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간 후 하은과 재회했을 떈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떨어져 지낸 시간으로 인해 잦은 갈등을 겪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한 사건으로 다시 만난 미소와 하은은 어린 시절의 그때처럼 다시 가까워진다.

영원할 것만 같던 어린 시절의 우정은 생각치 못한 이유로 약해질 수 있고, 때론 너무 쉽게 다시 단단해 지기도 한다. 영화는 영혼을 나눈 것처럼 친했던 두 친구의 우정과 인생사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각자의 소울메이트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친삶으로 나의 어린 시절과 청춘을 잊었다면, 미소와 하은을 통해 소울메이트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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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 2023-09-19 00:50:55
정말 감동적인 우정!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가 필요하다. 나도 그것을 얻기를 바란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