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의미와 무의미, 찰나와 영원
[독자위원회] 의미와 무의미, 찰나와 영원
  • 임하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3> 씨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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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끈질겼던 여름이 차츰 기색을 감추려는 듯 선선한 바람이 볼 끝을 스치고 있다. 9월이 돼 새롭게 단장한 학교를 다시 마주했을 때, 우린 독하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이들이 모인 이 도시에서 저마다의 다짐을 새로이 했을 것이다. △또다시 새로워진 국제외교의 양상 △더 더워질수도 없는 여름을 만들어 내는 대자연 △지구 반대편의 대지진 △내가 없어도 무사히 돌아갈 것 같은 주변의 모든 것들과 같은 거대한 우주에서 우리의 삶은 각자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도 한 걸음씩 나아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고 정직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전방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세상을 넓혀주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비평과 칼럼들에 더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대신문처럼.

한대신문 1570호는 우리의 가을을 맞이하며 발행됐다. 필자는 △서울캠퍼스 애한제 취소 △교환학생 학점전환 △애지문 에스컬레이터에 관한 사안을 보도한 기사가 인상깊었다. 먼저 1면에선 학교를 한껏 달궜던 서울캠 애한제의 취소와 관련된 기사를 볼 수 있다. 지난 1학기에 진행됐던 ‘라치오스’의 열기에 힘입어 ‘애한제’를 향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기사는 이 큰 축제가 왜 취소됐는지 날카롭게 비판하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통해 전 총학생회의 예산 초과 문제 등 학교의 내부 사정을 이해하게 됐고, 진실과 소문의 경계를 파악하기 힘든 흐름 속에서 그간 암암리에 떠돌던 문제점들을 명확한 사실로 정리해 둔 글을 읽는 과정을 통해 한대신문 독자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사에서 문제로 제기된 전 총학의 예산 사용에 대한 정확한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단 점이 아쉬웠다. 학생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던 애한제인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기존 예산 사용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므로 전 총학의 예산 사용 내역이 투명히 공개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교환학생 학점 반환’의 혼란을 담은 기사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 학교의 미흡한 교환학생 학점 전환 기준에 대한 사안을 다룰 때 관련된 손해를 입었던 재학생을 인터뷰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 것과 타대학과의 비교를 통해 문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애지문 입구에 설치하려던 에스컬레이터 사업이 무산된 것에 대해선 재학생으로서 새 학기를 맞아 기대했던 부분이었기에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매우 컸으나, ‘무산’으로 이어진 정확한 양상과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모두 풀어 기재함으로써 독자들이 학교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필자는 글은 많이 써본 사람이 잘 쓰고 운동은 많이 연습한 사람이 잘하듯 결국 질(Quality)을 담보하는 건 양(Quantity)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활자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우리 주위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게 구성돼 있거나 난독을 유발하는 글들이 많단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한대신문이 그렇지 않단 것은 한양대 학생으로서 다시 한번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가을을 맞이하는 모든 학생을 위해서, 이번 한대신문 1570호는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수많은 글을 다듬고 정리했을 기자들의 헤아릴 수 없는 노고 속에서 탄생했단 점을 다시 상기하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의미와 무의미함이 반복되고 찰나와 영원이 계속되는 우리의 각박한 현대사에서 잔물결을 일으키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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