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학술정보관 대자보는 ‘두 시간 천하’?
[단상] 학술정보관 대자보는 ‘두 시간 천하’?
  • 김우경<공학대 교통물류공학과 20> 씨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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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경<공학대 교통물류공학과 20> 씨

한대신문 1564호에 실린 제삼자 변제안 철회 관련 대학가 대자보 게시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개시되자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하고 싶어, 학생지원팀과 학술정보관에 게시 절차를 질의하였다. 학생지원팀에서는 내용을 따로 확인하지 않고, ‘내용 불문하고 공인된 단체가 아닌 학생 개인으로서 학생지원팀이 관리하는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학술정보관에서는 내용 확인 후에 ‘학술정보관에서는 도서관이나 취업 관련 게시물 이외에는 게시를 허가하지 않는다’란 답변을 받았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님께 기사에 언급된 타교에선 어떻게 대자보를 게시하였는지 질의하였고, 해당 사례 조사 결과 승인을 따로 받지는 못한 채 대자보를 게시하였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찌 되었든 개강 하루 전인 지난 8월 31일,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향한 비판 없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작성하여, 전지 세 장 분량으로 작성한 것은 ERICA캠퍼스 학술정보관에, 한 장 분량으로만 작성한 것은 쪽문에 13시 30분경 붙였고 9월 8일에 자진 철거하려 했다(전문: bit.ly/Daejabo).

게시 후 14시 15분경 학술정보관과 학생지원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해당 대자보가 게시된 공간이 게시가 허가된 공간이 아니므로 15시 30분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내규에 따라 철거하겠다며, 타 단과대 건물의 허가된 장소에 대자보를 옮겨 게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대자보를 게시한 지 두 시간 만인 15시 30분에 자진 철거하였다. 대자보 철거 이후 내게 연락한 학술정보관과 학생지원팀 직원분께 대자보 게시 행위가 절차에 맞지 않는 일이었으므로 찾아가 사과드렸다. 이외에 인권센터에 대자보 철거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의하였고, 인권센터에선 대자보 게시를 위한 적절한 공간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단 답변을 받았다.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대자보를 게시하는 행동 자체를 응원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허가 없이 대자보를 게시한 것은 잘못이다’, ‘(기명 대자보였기에) 공학대 학생이라면 수치적인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감정에 치우쳐 대자보를 작성하였다’, ‘중국과 북한에서 방류하는 오염수는 일본의 수 배 이상이다’와 같은 반응들도 있었다.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받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불이익에 관한 두려움’보다 컸던 ‘오염수에 관한 두려움’이 대자보를 게시하게 됐던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두 두려움의 정도가 순식간에 역전되었고, 다른 단과대에서 대자보의 게시를 보장해 줄 것이란 확신도 없었다. 이에 점차 ‘대자보를 읽는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대자보를 게시하건 말건 상황은 바뀌지 않겠지만 행동하자!’였던 내 마음은, ‘전공자도 아닌 내가 괜히 헤덤비며 게시한 건 아닌가? 대자보를 게시하건 말건 상황이 바뀌지 않으니 이를 게시하기 위해 더는 노력하고 싶지 않다’로 기울어 버렸다.

이전까지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으나, 이처럼 대자보를 게시하겠단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툰 부분이 많았다. 내 활동을 지지하고 함께 행동하고 대응할 사람을 구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행동한 탓에 대자보를 게시하고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일의 난이도 자체가 아주 높아져 버렸다. 이에 게시를 중단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역할’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아쉬움도 남았다.

나의 대자보는 ‘두 시간 천하’로 끝났다. ERICA캠에서 강남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3102번 버스를 타서 갈 수도 있고, 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각자마다의 표현의 방법 역시 다양하기에, 각자의 의견이 자유로이 개진되고 학생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학우 간의 연대가 활발히 이뤄지고, 개진된 의견을 통해 우리 학교가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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