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고 안심은 금물, ‘당 충전’하다 당뇨 얻는다
젊다고 안심은 금물, ‘당 충전’하다 당뇨 얻는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3.09.04
  • 호수 157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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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에 당뇨 진단을 받은 직장인 A씨는 올해로 시력을 잃은 지 10년째다. 당뇨 합병증인 망막병증의 병세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A씨와 같은 젊은 당뇨 환자가 급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당뇨병은 인슐린 생성 및 기능의 이상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뇌졸증 △망막 병증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완치가 불가능해 한번 발병하면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그간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는 중장년층이었지만, 최근엔 젊은 층 사이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지난 2017년 2만 4천117명에서 지난해 3만 7천916명으로 약 57% 증가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당뇨병은 이제 젊은 층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식문화의 유행을 젊은 당뇨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고열량·저영양 식품 섭취로 비만 인구가 증가해 당뇨 위험군을 늘렸단 것이다. 박정환<의대 의학과> 교수는 “복합당과 달리 설탕 같은 단순당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돼 급격한 혈당 상승을 초래한다”며 “특히 젊은 층이 즐겨 먹는 탕후루는 과일 자체의 과당과 코팅된 설탕이 더해져 하루 권장 당 섭취량을 훌쩍 넘는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배재현<고대안암병원 내과> 전문의는 “젊은 층에서 흔히 발병하는 당뇨는 과체중과 비만이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비만인의 췌장은 혈당 유지에 필요한 인슐린을 과잉 분비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결국 고혈당을 유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현대인의 생활 습관 또한 젊은 당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 교수는 “△6시간 미만 수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은 젊은 당뇨의 환경적 소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가까운 거리도 전동 킥보드로 이동하면서 운동하는 시간이 더욱 줄었는데, 이는 비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런 당뇨병은 청년층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배 전문의는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혈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늘어난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는 중년 당뇨인보다 더 빠르고 쉽게 파괴되는데, 이는 망막병증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젊은 당뇨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같은 당뇨병의 심각성에도 당뇨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 수준은 저조하다. 배 전문의는 “당뇨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전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젊은 당뇨 환자들은 자신이 당뇨라는 사실을 모른다”며 “심각한 수준의 고·저혈당이나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내원하지 않고, 치료 순응도 또한 낮아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초기에 관리해야 하지만 젊은 당뇨병 환자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당뇨 전조 증상을 미리 알아두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다뇨 △다음 △다식이다. 배 전문의는 “당뇨 환자는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돼 갈증을 느끼게 된다”며 “다뇨 현상으로 인해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해 배고픔을 느껴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과식하는데도 체중이 줄어들고 있다면 당뇨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 예방을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할 것을 강조한다. 배 전문의는 “△균형 잡힌 식단 △꾸준한 운동 △좌식 생활 줄이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에서 ‘젊음’은 무기가 아닌 독이다. 당뇨가 의심된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과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단짠’이 선사하는 순간의 달콤함에 빠져 이른 나이에 당뇨병을 얻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도움: 배재현<고대안암병원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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