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 청년들의 도약이 될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의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 청년들의 도약이 될 수 있을까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3.09.04
  • 호수 1570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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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해 출시된 금융 정책들이 최근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실시된 ‘청년희망적금’을 중도 해지한 사람이 1년 3개월 사이 약 70만 명에 달한다. 이에 지난 6월, 정부는 이를 보완한 ‘청년도약계좌’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이란?
정부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자 지난 6월부터 청년도약계좌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 소득이 연 6천만 원 이하이면서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180% 이하인 만 19세부터 34세 청년들이 가입할 수 있다. 5년 만기의 적금 상품인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이 2천400만 원 이하인 경우 월 최대 2만4천 원의 정부 기여금과 만기 시 5~6%의 금리가 지급된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예·적금 금리가 최고 4% 수준인 것과 비교했을 때, 국가의 비과세 혜택과 높은 이자율로 최대 1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지난 6월 한 달간 103만6천 명이 가입을 신청하기도 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 A씨는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한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독립 △출산 △혼인 등 성인기 이행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전 정부 정책인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2월 출시됐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가 3천600만 원 이하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닌 만 19세부터 34세 청년들이 가입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이다. 월 50만 원 한도 내로 적금을 들면 정부의 저축 장려금과 이자에 대한 면세 지원을 통해 시중 적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현재의 사회구조나 청년층의 소비행태로 미루어 보았을 때 미래를 위해 안정적인 자산을 마련해 줄 청년 자산 형성정책은 꼭 필요하다”며 “이런 유형의 정책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의 문제점
그러나 최근 이러한 청년 금융 정책의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청년층 사이에서 청년도약계좌의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배제된 기준 △청년희망적금과의 차별화 실패 △정책형 금융상품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부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우선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을 통해 정작 지원받아야 할 청년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품 가입요건 중 하나인 ‘개인 소득’을 증명하기 위해선 국세청에 소득 신고를 해야 하지만, △구직 단념 △비정규직 노동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소득 증빙이 어려운 청년들은 상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29세 청년 중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는 대략 25만 명 정도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20대는 전체 비율의 약 36%에 육박한다. 김승환<서울시 종로구 28> 씨는 “현재 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소득이 없어 다음 과세 기간인 연말까지 상품 가입이 불가능하다”며 “가입기준이 현재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변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축할 여유가 있는 청년들만이 금융상품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영섭<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소장은 “중산층 이상의 청년들에겐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저축 여력이 없는 나머지 청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소위 경쟁에서 이긴 청년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이 얼마나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효과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청년도약계좌는 긴 납입 기간과 한정된 상품형태 등 청년희망적금의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한 채 시행됐다. 청년희망적금의 높은 해지율을 야기한 2년의 적금 기간은 청년도약계좌에서 오히려 5년으로 늘어났다. 또 계좌의 형태로 등장한 청년도약계좌는 △예금형 △주식 △채권 등이 모두 가능할 것처럼 보여 지난 대선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됐을 당시 청년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역시 적금이라는 단일 옵션만 제공됐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청년도약계좌의 가장 큰 문제는 기간인데 실질적으로 5년간 70만 원의 금액을 꾸준히 저축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한 한정된 상품의 형태가 청년들의 높은 해지율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만기가 3년인 일반 적금상품을 끝까지 유지하는 비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데, 젊은 청년층이 과연 5년간 적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만기를 채우기 어려운 적금 상품이 아닌 기존 공약처럼 다양한 옵션이 고려돼야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청년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도 이와 같았다. 이나연<서울시 강서구 32> 씨는 “청년도약계좌는 결혼이나 출산을 특별해지 요건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혼이나 출산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5년 동안 돈을 저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 지원금 축소로 청년을 지원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은행으로 변경돼 상품안정성이 우려된단 지적이 존재한다. 은행이 6% 금리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총급여 2천4백만 원 이하 청년이 월 70만 원을 5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가 제공하는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은 대략 240만 원이고 은행이 제공하는 이자는 대략 640만 원이다. 눈에 보이는 액수만 비교하더라도 청년 자산 형성의 지원 부담은 민간 기업인 은행을 향해 있다. 은행권 관계자 B씨는 “해당 정책의 시행으로 금리 하락 폭에 따라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은행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에서 가입 추산 인원을 최대 500만 명까지도 보고 있는데 11개 은행으로 가입 인원이 분산되더라도 가입자가 많은 은행일수록 그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은행에 대한 과도한 부담은 정책 금융상품의 방향성을 잃게 해 청년 자산 형성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윤 경제평론가는 “정책형 금융상품의 유지 책임이 정부가 아닌 은행을 향하고 있다면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의심된다”며 “결국 피해의 화살표는 청년층을 가리킬 것이다”고 경고했다.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의 개선 방안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 금융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유지 기간별 인센티브 확대와 저축된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우선 청년 금융자산 형성정책을 유지하는 기간에 따라 청년들에게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해야한단 입장이 존재한다. 현재 청년도약계좌의 유지 기간은 5년, 정부 기여금은 연 3.5% 단리로 고정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품에 기간별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통해 가입자의 저축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일정 기간 동안 적금을 유지할 경우 복리 구조 등을 통해 추가 이득을 보장해야한단 것이다. 윤 경제평론가는 “청년들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 상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적금 상품의 적립 기간을 줄이거나, 적금 상품을 6개월 간 유지할 경우 추가 기여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산형성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주거 및 다른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축적된 자산의 활용도를 높일 것을 제안한다. 금융정책만을 통해 청년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회정책 전반을 고려한 청년정책이 설계돼야 한단 것이다. 금융연구원 C씨는 “청년자산 형성사업 만기 후 형성한 자산을 청약통장에 납입하는 경우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자산 형성에 대한 미래 기대감을 충족시킬 요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현 금융자산 형성정책의 문제를 인지하고 청년들의 실질적인 경제 상황과 욕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 이들의 금융적 안정과 미래를 지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도움: 권혁중 경제평론가
윤석천 경제평론가
한영섭<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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