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거, 알고 먹나요?
제로 슈거, 알고 먹나요?
  • 김여진 기자
  • 승인 2023.09.04
  • 호수 157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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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라 불리는 설탕의 위험성을 우린 모두 알고 있지만, 그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우리의 눈에 어느 순간부터 ‘당류 0g’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로 단맛을 내는 제로 슈거가 나온 것이다. 제로 슈거 시장이 음료에서 과자류까지 확장되는 상황에서 대체 감미료의 △다이어트 효과 △당뇨와 연관성 △발암 물질 분류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명한 제로 슈거 소비를 위해 대체 감미료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쳐 보자.

이렇게 달콤한데 칼로리가 없나요?
설탕이 들어가지 않으니 당연히 칼로리가 대폭 감소할 것이란 인식 덕에 제로 슈거는 다이어터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0kcal를 강조한 제로 탄산음료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최근엔 △과자 △젤리 △주류 등 다양한 제로 슈거 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그런데 과연 제로 슈거가 정말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걸까?

단기적으론 일반 제품보단 제로 슈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배기상<원광대 한의예과> 교수는 “제로 슈거에 들어가는 대체 감미료는 설탕보다 몇백 배 강한 단맛을 갖고 있어 극소량만 사용돼 설탕이 들어갔을 때보다 열량을 낮춘다”며 “단기적으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설탕 첨가 제품과 칼로리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한 기업에선 제로 슈거 쿠키를 출시해, 기존에 기업에서 판매하던 일반 쿠키 제품과 차별점을 뒀다. 하지만 제로 슈거 쿠키는 100g당 470kcal로, 100g당 489kcal인 기존 제품의 열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신유진 영양사는 “최근 제로 슈거를 표방해 나오는 과자류, 주류는 사실상 △알코올 △지방 △탄수화물 등의 성분이 열량의 큰 부분을 차지해 제로 슈거라 해도 칼로리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면 영양 성분을 확인하고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적으론 제로 슈거 섭취로 느낀 단맛이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도 있다. 대체 감미료 섭취 자체가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당 중독으로 이어져 살이 찔 수 있단 것이다. 박정환<의대 의학과> 교수는 “대체 감미료는 단맛을 감지하는 혀의 수용체에 설탕보다 훨씬 잘 달라붙어 강한 단맛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자칫 당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칼로리가 낮은 대체 감미료는 이론적으론 완벽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강한 단맛을 갈구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고 설명했다.

당뇨 환자가 먹어도 괜찮아요?
설탕과 달리 대체 감미료는 혈당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 제로 슈거는 당뇨 환자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대표적인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약 200배 강한 당도를 갖고 있어 극소량만 사용해도 되기에 섭취 후 혈당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당뇨 환자들이 모든 제로 슈거를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혈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체 감미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일부 있어 잘 확인해 보고 섭취해야 한다. 박 교수는 “대체 감미료는 일반적으로 열량 섭취를 줄이므로 당뇨 환자들이 당 섭취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설탕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알코올류의 대체 감미료는 혈당 조절에 크게 도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표적인 당알코올로는 △말티톨 △소르비톨 △자일리톨이 있으며 이들은 고온에서 변질하지 않는다는 특성 덕분에 과자나 빵류에 주로 쓰인다. 박 교수는 “일례로 말티톨은 적지 않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데다, 더 이상 분해할 게 없는 단당류라 섭취 즉시 혈액으로 들어가 혈당을 높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따라서 당뇨 환자가 제로 슈거라고 안심하고 먹었다간 혈당 관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배 교수는 “당뇨 환자들은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대체 감미료를 선택해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제로 음료 속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이라던데 사실이에요?
아스파탐이 대체 감미료 논란에 대해 불을 붙였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국내 식음료업계는 소비자의 우려를 감안해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홍보하는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도 등장했다. 아스파탐은 이제 먹어선 안 되는 위험한 물질일까?

하상도<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2B군 분류는 ‘발암 물질이므로 먹지 마라’가 아니라 인체 발암성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2군은 아직 사람에게 발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식품으로 소량 섭취되는 경우엔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커피와 사카린은 과거 2B군으로 분류됐었지만, 추가 연구 이후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인체 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인 ‘3군’으로 재분류됐다. 또한 아스파탐의 하루 섭취 허용량(ADI)은 체중 1kg당 40mg으로, 이는 60kg 성인이 아스파탐을 매일 2.4g씩 먹어도 안전한 양이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가공식품을 통해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없는 양이고, 식약처의 조사 결과만 봐도 국민들은 ADI의 1%도 섭취하고 있지 않다”며 “2.4g은 제로 탄산음료를 매일 55캔을 마셔도 되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설탕보단 대체 감미료지만…
체중 감량과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탕 첨가 제품보단 제로 슈거가 합리적이다. 다만 제로 슈거라고 해서 모두 같은 대체 감미료를 쓰는 게 아니다. 특정 대체 감미료는 생각보다 칼로리가 적지 않거나, 혈당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제로 슈거를 소비할 땐 ‘설탕이 안 들어갔으니 무조건 좋을 것’이란 생각보단 ‘설탕 대신 어떤 감미료가 들어갔을까’란 의심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보다 신중한 판단으로 제로 슈거의 단맛을 건강하게 즐기기 바란다.


도움: 배기상<원광대 한의예과> 교수
신유진 영양사
하상도<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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