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집단 편가르기는 점차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단상] 집단 편가르기는 점차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 강다현<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1> 씨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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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다현<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1> 씨

“난 MZ세대고 넌 알파세대야”, “엄마는 X세대라서 아무것도 몰라요”

요즘 ‘나는 이 집단, 너는 그 집단’이라며 구분짓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 △알파세대 △MZ세대 △XYZ 세대처럼, 이 사회는 정말 많은 집단이나 이를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MZ세대는 모래알과 같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나답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기성세대는 이러한 MZ세대를 못마땅해 한다. 딱딱한 위계질서를 탈피하고 벗어나려 하는 MZ세대들은 기성세대에게 있어서 버릇없고 무례한 사람들로 비춰지기 쉽다. ‘능력은 없는데 성과 보상만 바란다’,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 본인의 워라밸만 추구한다’,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성이 부족하다’, ‘적당히 일하며 월급만 받으려 한다’ 등과 같은 MZ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하나의 밈(meme)으로 소비되기도 하는 등 부정적 시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반격하듯 MZ세대 역시 ‘틀니’, ‘꼰대’ 등의 말로 기성세대들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마치 이전 세대들은 ‘한물 간 세대’ 마냥 업신여기는 것이다. 집단 간 편가르기가 점차 서로에 대한 혐오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세대 간 가치관 갈등이 불처럼 번지기 시작하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들 역시 세대 갈등의 심각성을 체감 한 것이다.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며 세대 별 특징들을 나열해놓은 책이 대거 출판 되기도 한다. 혹은 ‘MZ답게 살자’, ‘알파세 대 극복하기’ 등 세대의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칼럼도 다수 등장한다. 정치가들은 세대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 혹은 특정 집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가지 정책들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필자는 항상 궁금했다. 이렇게 세대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집단을 구분 짓는 단어가 양산되고 만연해 지기 때문이 아닌가? MZ세대니 알파세 대니... 왜 굳이 그렇게 사람들을 세세하게 분류하고 벽을 세우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런 구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 당장 인터넷에 MZ세대, XYZ세대의 특징만 검색해봐도, 각 세대에 대한 특징을 알아볼 수 있다.그런데, 이는 누가 정해놓은 것인가?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유행처럼 번져가며, 서로는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게 되고 각 사람에 대해 일반화를 하기 쉬워진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집단 정체성에 자신을 끼워 맞추면서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사람들을 나누는 울타리는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무분별한 단어 사용 역시 문제다. 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중들은 MZ 세대를 ‘18~27세’로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MZ세대가 1980~2004년생으로 정의되어 있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분 짓고 비꼬는 단어로만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단을 구분짓는 단어를 양산하지 말고 무분별한 사용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원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걸 강조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사람들을 나누는 울타리를 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에 대해 MZ, XYZ등 이름을 붙여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세대 이름을 무분별하게 쓰는 것은 결국 갈등을 더욱 조장할 수 있음을 깨닫고 경계해야 한다. 언론과 매체에서도 단순히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정 세대에 소속된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한 소재로만 활용하거나, 혹은 선거 기간마다 잠시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써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은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하고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SNS, 뉴스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단어들이 충분한 고려없이 쓰이는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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