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언제나 그래왔듯, 우린
[장산곶매] 언제나 그래왔듯, 우린
  • 박선윤 기자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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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윤<편집국장>

인간은 완전한 원을 그릴 수 없다. 연필이나 볼펜을 이용해 종이에 그리면 흑연이 부서져 오차가 생기고, 잉크가 종이에서 번져 흐트러진다. 작은 네모 조각들이 합쳐져 나타나는 디지털 화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원은 우리 상상 속에서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완전한 원조차 그려내지 못하는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로 인해 인간은 완전함으로 나아가려하고 그 과정에서 불안,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다.중학교 시절 그럴싸한 말들을 공책에 적어넣길 좋아하던 필자가 찾은 말 중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존재다’란 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보니 이 문장은 틀렸다. 인간의 동력이 불완전함일지라도 아름다울 순 없다. 완전함으로 나아가려 몸부림치는 인간은 고통스러운 존재다.

필자는 학생회관 4층 사무실에서 1년 반 동안 매주 목요일, 금요일을 헌납했다. 사실상 취재하는 시간까지 따지면 1년 반을 온전히 신문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습기자로 들어와 처음으로 필자의 이름이 담긴 2매가 채 되지않는 정보성 단신 기사에서부터 마지막 전체 지면이 채워진 기획 기사를 완성할 때까지 치열했고, 불안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문장을 완성하겠다며 기숙사 1층 식당에서 밤을 새웠고, 더 나은 기사의 흐름을 만들어내겠다며 밤새 부장, 국장과 눈을 비비며 논쟁했다. 또 많은 사람의 인터뷰를 담겠다고 몇 십 통의 메일과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주변 모든 사람에게 힘들단 말을 뱉었고, 노트북엔 대학생으로서의 과제보다 기획안, 기사 파일들이 더 많아졌다. 조금이라도 더 완전한, 완벽한 기사를 내기 위해 거쳐온 과정들은 스스로에겐 전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해서 낸 기사들은 어이없는 오탈자, 바이라인 실수와 같은 작은 흠들로 인해, 때론 중립성이 무너진 채 끼워 맞춰진 정보같은 큰 문제들로 인해 완전하지 못했다. 그럴때 느껴지는 그 허무함은 신문사에서 보낸 필자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커질때도 있었고, “이번 학기만 끝나면 그만둔다”란 말을 끝없이 되뇌이게 만들었다.

이 과정들이 필자에게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광장면에 토해내듯 힘듦을 적어내는 취재일기, 아고라들을 보면 필자와 함께 지면에 기사를 채워가던 기자들도 다들 공감할 듯 싶다. 외부로부터 ‘그렇게 힘들면 나와’, ‘왜 그렇게까지 해’란 말을 듣지만 모두들 본인이 들어온 이 신문사에서, 이름이 적힌 완전한 기사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그랬듯 항상 발간이 끝나면 평가회의를 통해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들을 뱉어낸다. 그러면 우린 또 다짐한다. “다음번엔 더 좋은 기사를 내야지”하고.

언제나 그래왔듯 우린 독자들에게 술술 읽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64년 세월이 담긴 한대신문의 지면에서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완전한 원을 만들 수 없게 만들었던 흑연이, 때론 잉크가, 작은 네모 하나가 우리의 완전함을 비집고 들어와 불완전하겠지만, 불완전할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기사를 작성해나갈 뿐이다.

편집국장으로서 새로운 학기 출발을 밝고 행복한 글로 열어보고 싶었지만, 필자가 걸어온 전쟁같은 시간들을 뒤로하고 긍정적인 글이 쓰이질 않았다. 몇 번을 쓴 글을 지우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편집국장 직을 시작하며, 어떤 말을 기자단에게 전달해야할까 많이 고민했다. 결국 우리가 지면을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간이 힘들고 고되겠지만, 모두 각자 자리에서 치열하게 완전함을 추구해 나가자는 말로 마무리해 보려고 한다. 불완전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인 편집국장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이번 학기 발간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기자들에게 기대어 나아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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