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절대 동아리 아닙니다.
[취재일기]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절대 동아리 아닙니다.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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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준엽<문화부> 부장

필자에게 근황을 묻는 지인들에게 학보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대답하면, 대부분 학보사를 동아리로 취급한다. 그들에게 학보사는 대학생이 잠깐 기자 놀이를 하는 동아리일 뿐이다. 이런 취급을 받을 때마다 울컥한다.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고, 말해도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선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단 걸 알기에 항상 말을 아낀다.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필자도 학보사에 들어오기 전까진 대학별로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 뿐, 한 번도 그들의 취재물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학보사 지원을 고민하면서 본지의 기사를 찾아본 것이 필자와 한대신문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 접한 학보사의 신문엔 생각보다 더 다양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당사자가 아니고선 알 수 없
었던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 대내외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 청년층이 향유하는 문화 학보사 기자들의 속사정 등 정성 담긴 글들이 지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투박하긴 해도 엄연한 신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본지의 지면을 짧게 훑어보고 가볍게 발을 들인 학보사는 만만치 않았다. 소재를 찾기 위해 모든 매체를 샅샅이 뒤지고, 일상에서 번뜩 떠오른 기사 소재를 기록해두는 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소재도 반려되기 일쑤였다. 신문 발간의 마지막 과정인 마감·조판 회의를 진행하며 밤을 새우는 일은 일상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신문에 관한 관심은 처참하다. 등교하면서 학교 캠퍼스 곳곳에 배치된 신문을 보면 뿌듯하다가도, 발간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줄어들지 않는 신문을 볼 때면 발걸음이 무겁다. 학보사 활동으로 고되다고 말하면 읽는 사람도 없는데 왜 고생하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욕한 바가지 먹이고 싶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부분의 학보사는 독자 감소 재정 지원 악화 인력 충원 문제로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는 본지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내놓은 신문은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수습기자들은 첫 발간도 전에 신문사를 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보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확고하다. 학보사가 아니라면 누가 학내의 사안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청년층의 처지를 대변해 줄 수 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이 꺼질 학교 내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청년층의 처지를 대변해 주거, 취업 등 청년층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학보사만이 할 수 있고, 학보사가 해야 하는 일이다. 바로 이 점이 학보사가 동아리가 아닌 대학 언론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질 학보사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쳐서 포기할까 생각하다 가도 기사 잘 봤다는 한마디, 응원하고 있다는 한마디에 원동력을 얻는다. 오늘도 밤을 지새우는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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