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듯 낯선 케이팝 속 클래식 샘플링
친숙한 듯 낯선 케이팝 속 클래식 샘플링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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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처음 듣는 노래가 익숙하게 들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묘한 기시감의 이유는 그 노래가 유명한 클래식을 샘플링해 만들어진 노래이기 때문이다. 샘플링은 기존 음원의 특정 부분을 차용하거나 편곡하는 작곡 기법으로, 클래식 샘플링은 클래식의 일부분을 편곡하여 활용하는 방법이다.

클래식 샘플링은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 받아왔다.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과거부터 클래식 노래는 케이팝 음악에 자주 사용됐다”며 “클래식을 샘플링한 노래가 인기가 얻으며 점차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엔 바흐의 「G 선상 아리아」를 샘플링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과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블랙핑크의 「Shut down」은 국내외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학생 A씨는 “케이팝 가수의 노래에서 익숙한 클래식 멜로디가 들려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클래식이라도 어떻게 편곡하느냐에 따라 원곡과는 전혀 다른 노래가 만들어진다. 이는 △연주 기법 △음역대 △선율 반복 회수 등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신지수<목포대 음악학·음악공연기획학> 교수는 블랙핑크의 「Shut down」을 예로 들며 “원곡과는 달리 4마디 정도의 선율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음역대를 낮췄다”며 “블랙핑크만의 색깔을 더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 샘플링이 사랑받는 데엔 저작권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한몫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샘플링할 경우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클래식 음원은 저작권이 만료돼 샘플링에 용이하다. 조 음악평론가는 “저작권은 원작자 사망 후 70년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클래식은 저작권이 소멸된 경우가 많다”며 “누구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클래식 샘플링이 사랑받는 이유”라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케이팝 그룹에게 클래식 샘플링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좋은 전략이다. 조 음악평론가는 “샘플링은 생소한 곡에 대해 친숙감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클래식은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바로크나 고전 클래식은 규칙적인 비트와 대칭형 선율을 사용해서 규칙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음악이 많다”며 “이런 곡을 샘플링하면 대중음악에서 활용하기 좋은 비트메이킹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람직한 클래식 샘플링 활용을 위해서 오남용은 금물이다. 조 음악평론가는 “샘플링한 음원이 전체 곡과 음악적 맥락이 잘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신 교수는 “샘플링된 클래식 음악에 과도하게 의존해 새로운 곡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럴 경우 독창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하나의 곡에서 만난다. 실용음악의 대표주자인 가요에 클래식을 접목해 이전엔 없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음악의 지평을 새롭게 넓힌 샘플링. 알고 들으면 더 풍부한 감상이 될 것이다.


도움: 신지수<목포대 음악학·음악공연기획학> 교수
조희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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