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정치는 너무 복잡해
[아고라] 정치는 너무 복잡해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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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엽<문화부> 정기자

필자는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거리를 걷다 벽에 걸린 선거 포스터를 보고 부모님께 선거에서 누굴 뽑을지 여쭤본 적이 있다. 부모님의 대답은 기억나진 않지만, 대답을 듣고 “저 사람이 착하게 생겼으니까, 난 저 사람이 좋아”라고 말했던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필자는 정치인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했다. 반장과 학생회장을 뽑을 때도 후보의 공약보단 누가 나와 더 친한지, 누가 콜팝을 샀는지가 중요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시간 선생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눈꺼풀이 감길 즈음 필자를 깨우는 건 신나는 비트의 선거 로고송이었다. 그땐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열심일까’, ‘선거 유세에 쓰일 돈과 시간을 다른 좋은 곳에 쓰면 좋을 텐데’란 단순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즈음 주변엔 정치에 관한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겼다. 그 친구들은 흑백 논리에 빠져 특정 정당은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반면, 다른 정당은 근거 없이 비난했다. 아마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을 터였다. 가치관이 자리 잡기도 전에 주위의 영향을 받아 내려진 판단은 그들의 정치 신조가 됐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어엿한 성인이 돼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땐, 친구들과 어떤 후보를 뽑을지 얘기하곤 했다. 친구 중 일부는 상대 후보의 결점을 깎아내리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더 낫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작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에 관해 물어보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현실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 동안 TV와 신문을 보면 후보들의 공약보단 자극적인 제목으로 특정 후보의 결점을 다루는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같은 발언이나 공약도 어떤 후보의 입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파성을 최대한 버리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여러 공약을 보면서 과연 그 공약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공약이라고 판단해도 ‘과연 이 공약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 후보가 공약을 지킬까’까지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 암세포처럼 빠르게 증식하는 가짜 뉴스까지 돌아다니면서 더욱 혼란을 가중한다. 터무니없는 정보가 기사의 형식으로 공유되고, 그때마다 사실인지 확인하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보잘것없는 대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청년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주는 이를 믿고 한 표를 던지는 것뿐이다. 나름 주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정치는 내겐 너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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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01:07
주변의 영향력이 정치적인 신조와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론의 보도 방식과 기사의 논조도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가짜 뉴스가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며 믿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주관적 판단을 통해 책임있는 투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