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비건 음식이라고요?
이게 비건 음식이라고요?
  • 김다빈 기자
  • 승인 2023.03.31
  • 호수 1563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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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전엔 몰랐는데, 비건을 시작하고 오히려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했어요. 요즘엔 맛도 있고 보기에도 예쁜 비건 식품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비건 맛집 투어’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 문예진 씨는 자신을 ‘맛있는 것만 먹는 비건’이라 소개했다. 문 씨는 다양한 SNS를 통해 비건 식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맛있는 비건 식품을 접한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비건식에 매료된 이후 유명한 ‘비건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과 멋을 모두 잡은 비건식을 즐긴다” 고 말했다.

비건, 트렌드가 되다
비건이란 본래 육류와 생선을 비롯한 △꿀 △동물의 알 △우유 등 동물을 통해 얻는 식품들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 비건식을 지향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이들 사이에선 육류만 포함되지 않는 식사나 간헐적으로 비건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비덩(비 덩어리 주의, 덩어리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 지향 주의자)’ 혹은 ‘불완전 비건’이란 용어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처럼 ‘채식 지향 주의’의 형태로 비건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 13년 만에 약 16배가 넘게 성장했다. 신세계푸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0·30세대 남녀 1000명 중 42.6%의 응답자가 대표적인 비건식 중 하나인 식물성 대체육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 중 78.2%가 향후 경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채식 인구 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비건’에 대한 20·30세대 청년들의 관심 및 인식 변화 때문이다. 이영애<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비건을 실천하는 이유론 △개인의 건강 △동물권 보장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 추구 등이 있다”며 “청년들은 유행이 된 비건을 한 번쯤 접해보고, 맛있고 건강한 한 끼를 먹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비건식을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늘어감에 따라 식품 업계 역시 이런 흐름에 부응해 눈과 입을 모두 사로잡는 비건식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비건인증원 관계자 A씨는 “젊은 세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비건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비건 식품 섭취가 트렌드가 되고 있어 그에 맞춰 비건 인증 식품 수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엔 유형을 가리지 않고 여러 식품군에서 비건 인증이 이뤄지며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 전했다. 이처럼 식당뿐만 아니라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에서도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며 비건식은 일상 속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비건 식품이라고 불리는 식물성 식품이 더 이상 소수의 채식주의자를 타겟팅하는 상품이 아닌, 식문화의 ‘힙한’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특별한 비건식’을 찾아서
이제 비건 식품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대학가 주변이나 △망원 △이태원 △합정 등 청년들이 즐겨 찾는 지역에선 비건 식당과 비건 베이커리 및 카페를 쉽게 볼 수 있으며, 대학 축제나 mt 등의 교내 행사에서 음식을 먹을 때 ‘비건 옵션’에 대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기자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된 비건 음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직접 유명 비건 맛집을 찾아가 색다른 비건 음식을 먹어보고, 비건식을 찾는 청년들을 만나봤다. 기자를 따라 단순히 생식 위주가 아닌, 식물성 식재료를 다채롭게 조리해 보기에 좋고 맛도 좋은 특별한 비건식의 매력을 탐구해보자.

든든한 한 끼
첫 번째로 방배동에 식물성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피자와 파스타’를 판매하는 비건 레스토랑이 있단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봤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모든 메뉴는 △동물성 원료 △동물 유래 성분 △유제품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비건 음식이다. 보통 대부분의 비건 음식은 생채소를 이용하는 ‘차가운 음식’이 주를 이루는 반면, 이곳에서 만들어진 비건식은 식물성 재료를 최대한 다양하게 조리해 만드는 따뜻한 음식이라 더 특별하다. 기자는 ‘마르게리타 피자’와 ‘라구 리가토니’를 먹었다. 이곳의 비건 피자엔 모짜렐라 치즈 대신 캐슈넛을 갈아 만든 비건 치즈가 들어갔지만, 식감이나 맛은 일반 피자와 거의 흡사하다. 또한 이탈리아식 고기 소스인 ‘라구’를 비건식으로 대체한 리가토니 파스타에는 콩고기와 각종 버섯이 들어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과 향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장한솔<경기도 수원시 20> 씨는 “건강을 위해 비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맛에 대한 큰 기대 없이 경험 삼아 방문했다”며 “비건 음식은 간이 싱겁고 ‘건강한 맛’이 날 것이란 편견이 있었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비건 음식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말했다.

▲ 비건 피자와 파스타이다.
                                                          ▲ 비건 피자와 파스타이다.

달콤한 한 입
두 번째로 찾아간 비건식은 동교동 부근에 위치한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비건 아이스크림엔 일반적인 것과 달리 우유, 생크림 등의 유제품과 꿀, 동물성 성분의 감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곳의 운영자 B씨는 “단맛을 가미하기 위해 사용되는 설탕 역시 정제 과정에서 탄화 골분(동물의 뼈를 태워 생성한 가루)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만을 사용할 만큼 ‘완전한 비건’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고른 맛은 ‘히비스커스 패션후르츠’와 ‘라즈베리&코코넛’으로, 꿀 대신 천연 감미료와 과일로 맛을 내어 더욱 상큼한 과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코넛 우유가 들어간 ‘라즈베리&코코넛’의 경우 젤라또 아이스크림 특유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식감마저 강하게 느껴져 일반적인 젤라또 아이스크림과의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조예원<서울시 성북구 23> 씨는 “비건 아이스크림이란 정보 없이 우연히 들른 곳인데, 맛있어서 단순히 ‘젤라또 맛집’인 줄만 알았다”며 “비건 음식임에도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고, 종류도 다양해 친구들과 종종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의 비건 아이스크림은 식물성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만큼,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건강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이다.

▲ 비건 젤라또 아이스크림이다.
                                                     ▲ 비건 젤라또 아이스크림이다.

화려한 한 잔
마지막으로 찾은 비건식은 비건 칵테일이다. 서교동에서 비건 칵테일 바를 운영 중인 C씨는 “청년들이 흔히 찾는 주류는 대부분 △보리 △쌀 △포도 등 식물성 식품을 주재료로 해 만들지만, 정제 과정에서 젤라틴이나 계란 흰자와 같은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비건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히 칵테일의 경우 기본 레시피 자체에 꿀이나 우유 등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자는 온전히 식물성 재료들로 만들어진 ‘비건 칵테일’과 비건 안주 등을 판매하는 해당 칵테일 바를 찾아가 직접 칵테일을 마셔봤다. 칵테일 ‘뉴욕 사워’의 일반적인 레시피엔 본래 계란 흰자가 들어가지만, 이곳에선 헤이즐넛과 시나몬을 이용해 훨씬 깊고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칵테일 상단에 얹는 레드와인 역시 비건 인증을 받은 와인이 사용됐다.

C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주류나 음식의 성분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치관과 신념을 지키며 누구나 편히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 비건 칵테일 ‘뉴욕사워’다.
                                                       ▲ 비건 칵테일 ‘뉴욕사워’다.

앞으로의 비건은?
기자가 접해본 세 곳의 비건식은 모두 환경, 건강과 더불어 대중들의 입맛까지 충족시키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처럼 현재 비건식은 맛도, 종류도 다양해지며 대중들을 사로잡는 음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비건 시장은 비건 식품에 대한 선택지가 많아지고,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앞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비건 식품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A씨 또한 “최근엔 예상 밖의 식품들이 비건 인증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식음료 제조업체 D사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식물성으로 재현한 ‘식물성 바유’가 비건 인증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건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그 종류도 다채롭게 변화해 나가는 요즘, 한 번쯤은 맛과 멋,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특별한 비건식’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이영애<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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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30:46
과거에는 소수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선택이었던 비건식이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맛과 멋을 갖춘 많은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건식은 환경, 건강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유행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미래에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식을 경험해보고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