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청년 부채 해결 못해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 비판 이어져
“이대론 청년 부채 해결 못해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 비판 이어져
  • 채수민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9월 말부터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가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란 청년층의 신속한 재기를 위해 국가가 저신용 청년의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책 발표 이후 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 특례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들은 △연체 이자 전액 감면 △원금 상환유예 기간 중 연 3.25%의 고정금리 적용 △채무 이자 최대 50% 감면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와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본 제도는 최근 급증한 청년층의 채무 상환 어려움을 줄이고자 시행됐다.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채무조정 신청자는 7천594명으로 지난 2019년 5천917명보다 28.3% 증가했다. 제도 발표 이후 금융위원회는 “청년층이 이자 부담 때문에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급한 불 끄기식으로 정책을 시행하여 △근본적 원인 분석 미흡 △때늦은 정책 시행 △채무조정 제도 자체의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단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 설계 앞서 원인 분석 선행돼야
먼저 청년 부채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있다. 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은 “청년세대 내에서도 각각의 사정에 따라 부채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며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문제상황에 대한 맞춤 상담 및 지원책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를 찾기 어렵다”며 제도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채무조정은 부채 발생 원인을 해소하는 정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기에 청년 부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것이다.

게다가 현재로선 청년 부채의 발생 원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부채 현황 진단과 과제’에 따르면 정부의 청년 부채 실태조사는 지난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는 정부의 청년 금융정책이 문제에 대한 세심한 분석 없이 성급히 시행된단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다중채무 청년들의 재기를 위해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에도 이미 비슷한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학자금 대출이 연체된 상황에 놓인 다중채무 청년들은 채무조정 혜택을 제공받은 이후에도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박 이사장은 “이전에 나왔던 제도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근시안적 정책에 불과하다 평가했었는데, 이번 청년특례 채무조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 부채 문제의 실태를 모른 채 효과 없는 정책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는 것이다.

 

때늦은 정책 시행으로 정책 효과 떨어져
더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상황에서 한창 청년 부채가 급증했던 2~3년 전에 시행돼야 했을 채무조정제도가 이제야 시행됐단 점도 문제다. 백종호<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 청년층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며 이들의 다중채무가 누적되는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져 채무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지자 부랴부랴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다중채무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0대 다중채무자는 30만 2천148명에서 39만 7천753명으로 31.6%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미리 선제적인 채무 조정 정책을 마련해 다가올 고금리 상황을 대비해야 했던 것이다.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려 소득만큼만 돈을 빌려주는 ‘DSR 규제’를 강화하고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 한해 이를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같은 조치가 미리 이뤄졌다면 제1금융권에서도 전체 대출을 줄이는 대신 청년층 대출을 확대해 취약 청년들의 제1금융권 대출 기회가 늘어났을 것”이라 말했다. 덧붙여 “규제 이전에 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릴 대로 늘린 상황이라 이제 와서 취약 청년에게까지 대출해주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늦게 시행돼 정책 효과가 미미하단 것이다.

불필요한 논란으로 제도 신뢰성 저하돼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존 지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제도에 ‘청년특례’라는 이름을 붙여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채무조정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렸단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청년특례채무조정은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신속채무조정에 이자 부담 경감과 신청비 면제 혜택만 추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책 발표 당시 본 제도를 통해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에 유경원<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청년특례 채무조정은 기존 신속 채무조정의 지원방안을 확대한 정책에 불과한데 정부의 잘못된 정책 홍보로 불필요한 빚 탕감 논란이 불거져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며 “채무조정 제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된 만큼, 앞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채무조정 활용이 어려워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줄이고 안정적인 채무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기존 제도의 활용이 중요하단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유 교수는 “한시적인 특례제도가 만들어지면 지원 대상 선정부터 시작해 여러 논란이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특별 조치는 가급적 지양하고 원래 있던 제도를 보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파산제도, 개인회생제도처럼 이미 시스템적으로 잘 구축돼있고 상당한 운영 노하우를 가진 제도를 활용하여 청년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조병수<호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에 잘 정착된 신용회복지원제도부터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며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려면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차 늘어나는 청년지원정책으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만큼 청년부채 문제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고질적인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정부의 세심한 정책 고려와 다각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도움: 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백종호<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유경원<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조병수<호남대 경영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