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정한 멋진 순간으로 가는 안내서, 어느 멋진 순간
인생의 진정한 멋진 순간으로 가는 안내서, 어느 멋진 순간
  • 김영주 수습기자
  • 승인 2006.11.06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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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영화를 말하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경쟁과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아주는 한 점의 쉼표 같은 영화 「어느 멋진 순간」.
영화의 주인공 맥스는 런던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펀드 매니저다. 그는 돈과 명예 밖에 모르는, 말 그대로 속물같은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오래전에 발길을 끊었던 삼촌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한다.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 그가 프랑스로 가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추억과 사랑을 찾아가게 된다.
영화 속의 런던은 배금주의가 만연하고 온갖 경쟁이 난무하는 도시다. 그런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맥스 또한 성공을 위해 비열한 방법도 마다않는 인물로 표현된다. 하지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그에게도 때묻지 않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다. 고향집을 방문한 그는 삼촌과 테니스를 치던 추억이나 수영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소녀를 떠올린다. 그의 귀향은 우리네의 귀향문화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우리도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아니 마음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삼촌 헨리의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맛은 없지만 고향의 정이 담겨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온 인물들은 그 고향의 맛을 ‘쓰레기 맛이 난다’고 배척하기만 할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최악의 포도주‘의 열매와 같은 품종에서 최고급 포도주가 함께 생산된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옛것을 무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고향의 것은 촌스러워 보이지만 그 속엔 어떤 명품도 쫓아올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감독 리들리 스콧의 인간을 향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소박한 포도원 풍경, 정이 넘치는 프랑스 시골의 농부 가족들, 질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 우리네 고향처럼 정이 묻어나오는 풍경이다. 감독은 맥스가 이곳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무리 차가운 냉혈한이라도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향한 욕구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음을 말한다.
「어느 멋진 순간」은 우리에게 인생의 진정한 멋진 순간을 찾아가는 길잡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주 기자 kimgg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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