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와 대학평가
메이저리그와 대학평가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10.02
  • 호수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이저리그는 그야말로 기록의 스포츠다. 관심 있게 메이저리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1백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록들이 쏟아진다. 정규리그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올 시즌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진기록들이 양산되고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의 소속팀으로 잘 알려진 샌디에이고의 수호신 트레버 호프만이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 보유자인 베리 본즈도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을 넘어서 역대 2위 자리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이 같은 기록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통계와 기록들은 이 선수가 그 동안 얼마만큼 많은 땀을 흘려왔는지를 증명해주는 보증수표일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메이저리그에서 십 수년 동안 꾸준히 정상급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나오기 어려운 기록들에 대해 팬들은 열렬한 갈채와 존경을 보낸다.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에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를 잠시 중단한 채 축하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진기록이 나왔다. 한화 이글스의 송진우 선수가 개인 통산 2백승의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4전5기 끝에 성공한 값진 2백승이고 뒤를 따르는 선수가 갓 1백50승을 넘었을 정도이니 그 기록의 위대함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송 선수의 2백승을 축하하는 우리 야구팬들의 모습은 어땠나. 2백승을 달성한 광주구장에서는 이 대기록에 걸맞지 않게 단촐 한 축하의식이 열렸다. 양측 선수들만이 나와 ‘회장님’의 꾸준한 노력과 자기관리에 찬사와 경의를 표했다. 그 곳에 관중은 없었다. 당시 경기 자체에 많은 관중이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어 마운드에 서고 있는 대 선수에 대한 예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송사 역시도 이 경기를 외면했다.
우리나라는 어쩌면 이렇게도 기록에 인색한가. 어차피 한 번 살고 있는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법, 너무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의 기록을 중시하는 것이 옛일에 얽매이고 집착한다는 뜻으로 비춰질까 두려운 것인가. 그 역사와 뿌리를 알지 못하면 미래는 없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조금 다른 기록이긴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기록에 대해서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대학교육협의회나 중앙일간지에서 발표하는 대학평가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오히려 지나치게 기록과 역사를 중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달 26일,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경쟁대학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학평가는 대부분 교수진의 연구논문 실적이나 고시합격률 등 수치화된 ‘기록’을 토대로 이뤄진다. 스포츠의 기록은 거들떠도 보지 않으면서도 교육평가의 기록에 대해서는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법석이다. 교직원들은 조금이라도 학교에 불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혹시 불똥이라도 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그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이 같은 대학평가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어느 대학이 더 우수한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대학 서열화를 부추길 뿐이라며 평가절하 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심사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학평가순위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민감한 반응들은 이 사회에 만연한 학벌만능주의의 파생물이라는 것이다. 우리학교는 기록에 의한 학벌만능주의의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최대 가해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