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수줍지만 뚜렷한
[취재일기] 수줍지만 뚜렷한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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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희 <문화부> 정기자

쨍쨍하던 햇빛 아래서 한참이나 한대신문사를 찾아 헤맸던 지난해 여름이 떠오른다. 필자는 마치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새내기처럼 발그레한 두 뺨,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안고 신문사 문을 열었다. 그때의 분위기와 떨림은 지금도 필자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다.

한대신문에서 거의 두 학기를 보내며 신문사 문을 열었던 그 순간을 후회한 적이 아예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예쁜 캠퍼스에서 열의에 찬 눈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멋지고 당찬 학보사 기자를 생각했지만, 늘 그랬듯 현실은 이상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과 집단이 주는 설렘은 잠시, 학보사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한 학기 신문 발간을 위해, 신문사에서 수많은 밤을 지새울 때면 학보사 기자를 쉽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미워질 때도 많았다. 

이렇듯 매일, 매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신문사 생활 속에서, 필자는 많이 깨지고 다져졌다. 그동안 필자 스스로 큰 장점이라 생각했던 높은 공감 능력과 깊게 생각하는 성격은 사실 한대신문에서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원래 생각해두었던 필자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은 처음에 기획했던 기사 내용의 방향성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는 피드백 시간이었다. 기자들이 쓴 기사에 대해 모두가 활발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이 시간은 필자에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만 꾹 참는 고역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여덟 면, 한 부의 신문을 발간하기 위해 열 명 남짓한 기자들이 모여 노을이 지는 저녁부터 동틀 무렵까지 원고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든 시간이 계속되며 눈이 시릴 정도로 울 때도, 얼른 신문사를 나가고 싶다며 하소연 할 때도 있었다. 지금 그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모든 일들이 내 기사의 색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낯설고 지치기만 했던 것 같은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이젠 취재해보고 싶은, 써보고 싶은 기사에 대한 애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전히 필자는 하나의 기사를 쓰기엔 능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분량이 길든 짧든, 무거운 주제든 아니든, 글을 쓰려고 펜을 드는 건 늘 어렵다. 매 기사마다 새로운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컨택하는 것, 이들을 마주하며 솔직한 답을 얻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자로서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고 여전히 낯설지만,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짧고도 긴 약 1년의 시간 동안 한대신문은 필자를 단단하고 뚜렷한 존재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자의 수많은 피드백이 이뤄지고 전문가의 고견을 듣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판다. 이렇게 신문이 나오기까지 거치는 긴 과정 속에서, 필자의 수줍음은 점차 흐릿해지고, 주관은 보다 뚜렷해졌다. 앞으로 한대신문 기자로 활동할 동안에 어떤 모습으로, 무슨 기사를 쓸지 확언할 순 없지만, 지금 마음가짐을 갖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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