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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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볼 때면, 당장에라도 카메라를 꺼내 사진 한 장에 담고 싶을 만큼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렇다. 남자의 계절 가을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설레는 하늘을 만끽할 틈도 없이, 나는 오늘도 신문사로 향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몸이 신문사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사선에서’와 같은 코너가 생기길 지난 학기부터 간절히 바래왔었다. 처음에 신문사에 들어와서 기사를 쓸 때 개인적인 의견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 레포트같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고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며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웃음).

이번 주는 나에게 여태까지 만든 신문들보다 좀 더 의미가 있는 신문이 될 것 같다. 처음으로 나 나름대로 혼자 기획해보고 취재까지 해서 나만의 기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숙사 문제에 대한 기사가 바로 그것인데, 혼자 준비하다 보니 부담감도 컸고 여러 날을 투자해 가면서 열심히 취재했다.

 어려움이 생겨도 남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혼자 극복해보려고 노력했고 내가 지금까지 쓴 기사 중에 양도 가장 많고, 인터뷰도 가장 많이 실린 기사다. 또한, 내가 스스로 기획하고 취재한 만큼 책임감도 뒤따랐으며 다른 기사들보다 남다른 애정이 담긴 것도 사실이다.

나는 매주 신문이 나올 때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내 기사들을 자랑하곤 하는데 이번 주 신문을 보여줄 때는 어깨에 조금 더 많은 힘이 들어갈 것 같다. 특히 기숙사 관련 기사를 보여줄 때 말이다. 생각보다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기사도 괜찮게 나온 것 같고 다 써놓고 오랜만에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대학 신문이 학생들에게 인기도 없고 잘 읽히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내가 쓴 기사도 많은 학생들이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런 희망을 안고 매주 열심히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한대신문이 신문의 용도보다는 음식 밑에 깔리는 용도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학생들 곁에 한대 신문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다가 무심코, 깔고 앉은 신문기사의 한 구절이라도 읽게 된다면(호기심에라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신문이 학생들의 눈과 입이 아닌, 학생들의 엉덩이와 친하다고 해도 말이다(웃음).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디선가 우연히 들은 구절인데 나의 뇌리 속에 깊숙이 박혀 잊혀지지 않는 말이다. 바다가 비에 젖지 않는 것처럼 신문사를 향한 나의 열정도 당분간은 식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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