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대학사회를 말한다 1
기획연재 - 대학사회를 말한다 1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09.23
  • 호수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 표류하는 총학생회

개교 이래 최초의 총학생회장 탄핵 사태가 일어난 서울대, 8·15 통일대축전 행사와 관련해 대학과 마찰을 빚은 연세대 총학생회,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권 문제로 교수 감금 사태와 출교 조치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았던 고려대 총학생회까지, 2006년 대한민국 총학생회의 자화상이다.


이 같은 총학생회의 행보는 언론사 주요 뉴스에 단골로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언론에 보도된 총학생회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총학생회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활동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채지수<경금대·경금 04>는 “이제는 총학생회가 생각이 다른 학생이나 대학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 동안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다양해졌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총학생회가 다양해진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운동권 총학생회가 한 방향으로 치우친 정치의식과 복지 활동 미흡이라는 문제를 남겼다면 비운동권 총학생회는 다양성 확보가 아닌 허무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우리학교 서울배움터 제17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임종석<공대·무기재료 95 졸> 의원은 “민주화 이후 총학생회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두려워했다”며 “앞으로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개인 면담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총학생회의 성향이나 활동상 등은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문화 사업을 유치하고 복지 혜택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후보자들이 많이 당선되는 추세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는 사항들이다.


국문대 학생회장 김연<국문대·국문 02>은 “최근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보다는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지지하는 편”이라며 “해가 갈수록 총학생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총학생회는 많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른바 운동권 총학생회는 그 지향점이나 목소리에 대한 검증은커녕 학생들의 탈정치화와 함께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대안으로 등장한 비운동권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무관심에 부딪혔다. 물론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비운동권 총학생회만의 탓은 아니지만 관심을 돌려놓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운동권 대 비운동권이라는 구별 자체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는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각 대학들은 선거가 성사될 수 있는 투표율 50%의 마지노선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경영대 학생회장 장현기<경영대·경영 00>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회장은 “더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를 본인의 일이라고 인식하게 하려면 휴학생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하고 선거 시기를 1학기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 뒤 그 이유로 “다음 해에 학교를 다닐 휴학생에게 투표권이 없다면 무관심을 유발하며, 11월 선거는 1학년이 회장을 선택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총학생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정치 조직인지, 학생복지위원회인지, 등록금 협상기구인지, 그 역할부터 혼동하는 학생들도 있다. 오는 11월에 있을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역할 모델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