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와 중운위는 김밥천국을 기억하라
관리처와 중운위는 김밥천국을 기억하라
  • 양영준 기자
  • 승인 2006.09.17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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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을 이유로 어떠한 언로도 열려있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수많은 사이비 지식인들은 그의 업적을 찬미하며 동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투사들의 투쟁 끝에 우리는 민주화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에 있어서 민주화란 역사 속의 이야기다.
지난 해 8월 28일, 학생들은 본보의 기사를 통해 학교 당국의 독단적인 폭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효율성을 이유로 들며 학생들의 여론 수렴 과정을 무시한 채 직영 식당을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교체한 것이다.
곧이어 당시 총학생회장은 “직영이든, 사기업이든 학생 복지에 어느 것이 더 부합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주요 의제는 학생들이 식당 교체에 관련한 어떠한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다는 것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기존 직영 식당보다 나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차후의 문제였다. 학생들은 결국 하나로 단결, 프랜차이즈 음식점 운영을 1년여 만에 원점으로 돌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불과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역사를 관리처와 중운위는 망각하고 있다. 지난 11일 학내 곳곳에서 교내 음식 배달 금지를 통보하는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의 위험·매연·악취 유발 등 여러 상황을 이유로 들어 교내 음식 배달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고 알려왔다. 물론 학생들과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과거 전제주의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지독한 독재다.
학생 대표자들의 행동은 또 어떤가. 중운위에서 사전 협의돼 전학대회에 상정된 안건을 설명하는 유인물을 보면 “관리처의 일방적인 금지 조치였지만”,“청결한 캠퍼스를 유지관리하고자 하는 학교의 노력에는 의미가 없지 않으므로”, “학교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앞뒤를 구별 못하는 어이없는 발언이다. 학교의 조치가 긍정적이라면 일방적으로 통제를 당해도 되고, 그렇지 않다면 투쟁하겠다는 말인가. 1년 전과 20년 전의 그 때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운 것인지 의문이다.
관리처의 일방적인 교내 음식 배달 금지는 학생 위에 군림하겠는 선언이다. 같은 선상에서 중운위는 정책에 문제가 없다면 일단 복종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배달 금지를 통해 늘어난 수요를 교내 식당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식당 영업 종료 시 수요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관리처의 통보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 이미 통제 지침이 떨어지고 난 후에 정책에 관한 보완점이나 논의하겠다는 중운위의 사고가 의심된다. 자주보다는 효율인 셈이다.
한미 FTA 반대와 전시작통권 환수 찬성을 외치는 대자보가 학내 곳곳에 보인다. 상당수의 학생 대표자가 이에 찬동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외적으로는 자주를 외치며, 내적으로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이는 이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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