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잃어버린 기회의 평등을 찾아서
[사설] 잃어버린 기회의 평등을 찾아서
  • 한대신문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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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제11조에 의거해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평등권을 침해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조국<법무부> 장관의 딸과 나경원<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이 입시 비리 의혹을 받았다. 이들은 각각 단국대와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참여해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 논문은 이들 대학 합격에 영향을 미쳤다. 만약 이들의 연구 참여에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영향을 끼쳤다면, 입시를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던 것이다. 

지난 1일에는 경찰이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에서 데뷔조와 탈락군에 속했던 일부 연습생들의 최종 순위가 서로 뒤바뀐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원한 101명의 참가자는 모두 동일한 연습생 신분이었으며, 오직 시청자의 투표만을 통해 데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데뷔조를 내정해 투표를 조작한 한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행태는 101명의 연습생에게 주어진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같은 날, 2017년까지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한 ‘서울메트로’가 지난 2016년, 철도 장비 운전 분야 무기계약직 공개채용에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일괄 조정해 모두 탈락시킨 사실도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 없이 오직 성별 때문에 탈락한 여성들 역시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지 못했다.

기회 불평등의 지속은 우리 사회를 갈등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지난 3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국대학생연합촛불집회가 그 예다. 이 집회에는 서울대, 고려대 등 전국의 40개 대학 및 5천 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조 장관 딸의 입시 논란을 시작으로 “남에겐 정의로운 말로 엄격하게 지적하면서 정작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뻔뻔한 이중성을 봤다”며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기회의 불평등은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기회의 평등은 정의로운 결과의 출발이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면, 개개인의 노력은 단숨에 휴짓조각이 된다. 브롬의 기대이론은 개인의 동기는 자신의 노력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들이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들의 능력 개발 욕구 또한 함께 사라질 것이다. 개인의 발전이 멈춘다면, 사회의 발전 역시 멈출 것이다. 따라서 기회의 평등은 지켜져야 한다.

기회의 평등을 지키기 위해선, 앞서 발생한 사건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을 어긴 이들에게 법의 엄정함을 보여 기회 평등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기회의 평등 없이 정의로운 결과는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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