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유적지, 서울 남현동 요지
방치된 유적지, 서울 남현동 요지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종종 일상 가까이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지만 말이다. 문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먼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우리 문화재는 사실 우리의 일상 근처에 있다. 위 기사에서 말한 소홀하게 관리되는 문화재를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남현동 요지는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유적지로 사당역 5번 출구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이 유적지는 1976년 서울대학교 조사단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돼 사적 247호로 지정됐다.  

남현동 요지는 주변의 붉은 점토와 한강을 이용한 질그릇 생산지로, 발굴학계는 이곳이 과거 토기의 생산과 공급체계를 밝히는데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가마가 여러 개 밀집돼 있던 곳으로 추정되며, 발견 초기에는 서울 한강 변에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시대 가마터로 알려져 있었으나 2006년 조사 이후 통일 신라 시대의 가마터라는 새로운 의견이 제시됐다. 

이렇듯 역사적 의의가 있는 유적지이지만,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본 결과 해당 유적지에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화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유적지를 보호하는 것은 차가 다니는 도로 바로 옆 철 울타리 하나뿐이었다. 울타리 앞 ‘서울 남현동 요지’라는 안내판만이 그곳을 유적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무성한 잡초와 쓰레기가 곳곳에 있었고,  집과 맞닿아 있는 유적지 위에는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 있었다. 

▲남현동 요지의 모습이다.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빨래가 널려 있었다.
▲남현동 요지의 모습이다.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빨래가 널려 있었다.

해당 유적지는 일반인들이 보면 백제가마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실제로 국가지정 문화재를 훼손할 시 3년 이상의 무기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플래카드와 울타리만 있었을 뿐,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CCTV조차 없었다. 

이처럼 서울 남현동 요지는 상당한 역사적 가치가 있어 엄격한 관리와 규제를 통해 보호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폐허처럼 방치돼 있었다. 이재운<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적지 주변 정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며 “해당 관리 구청은 보존 관리 활용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귀숙<관악구청 문화관광부> 주무관은 “올해 예산으로는 내부 정리 및 문화재 디자인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올해 안으로 경관 사업을 마무리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인력 및 예산 부족 등으로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하루빨리 남현동 요지가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내보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도움: 이재운<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하귀숙<관악구청 문화관광부> 주무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