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과제, 우리의 몫이다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과제, 우리의 몫이다
  • 이예종 기자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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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라는 개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통계청이 매년 조사하는 인구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중인 다문화 가구의 수는 1990년부터 국제결혼을 통해 늘어나기 시작해 2018년에는 34만1천615가구를 넘어 현재 1백만여 명에 달한다. 이병호<경기연구원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정책분석집에서 ‘학령인구에 속하는 다문화가족 학생은 2011년 3만8천678명에서 2015년 8만2천536명으로 급증했다’며 ‘2015년 기준으로 0~5세 미취학 아동이 12만 명에 달해 매년 2만 명의 다문화가족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문화가족 학생들이 학업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학생의 학교 진학률은 현저히 낮다. 초등학교 취학률은 큰 차이가 없지만, 중학교 취학률은 전체 학생 96.3%, 다문화가족 학생 93.5%로 이 격차는 고등학교 취학률에서 전체 학생 93.5%, 다문화가족 학생 89.9%로 더욱 커진다. 특히 대학교 취학률은 일반 학생이 68.1%지만, 다문화가족 학생은 53.3%에 그쳐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9~11세의 다문화가족 학생 중 59.4%가 4년제 이상 대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지만 12~14세에서는 56.5%, 15~17세에서는 53.8%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13~18세의 일반 학생 중 76.0%가 4년제 이상 대학교에 진학하기 원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다문화가족 자녀가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현실에 맞춰 교육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다문화가족 학생은 학교에서 일반 학생보다 더 많은 차별과 폭력에도 노출돼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학생 중 8.2%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의 수치인 5.0%에서 3.2%p 증가한 수치로 다문화가족 학생에 관한 편견과 차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일반 학생의 1.6%가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다문화가족 학생이 일반 학생보다 더 많이 학교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다문화가족 학생 중에서 12.8%는 직접적 폭행 또는 물품 갈취를 겪었다. 또한  73.3%는 부모 또는 자신의 국적과 피부색을 악용한 조롱이나 욕설 등의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헌주<국가평생교육진흥원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센터장은 “어린아이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부모와 또래 아이들을 정서적 지지기반으로 삼는다”며 “학교에서 겪은 차별은 이들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낮추고, 학업 성취도와 의지 역시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곧, 학교에서 다문화가족 학생이 겪는 편견과 차별이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문화가족 학생의 학업 의지 소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의 정부 부처는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전문 상담 인력 육성 △다문화가족 자녀 성장 지원 프로그램 운영 △다문화 교육 정책 연구 학교 지원 △자녀 양육 관련 교육·정보 제공 △한국어 교육 및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다문화 정책으로 인해 다문화가족 학생들의 적응도가 조금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부족해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문화가족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나 방과 후 학교 운영도 중요하지만, 학교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반 학생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태조사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밝힌 다문화 초·중등 학생의 54.9%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를, 7.7%가 ‘교사의 차별 때문’을 이유로 꼽았다. 다문화 사회에 속해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 우리의 포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움: 서헌주<국가평생교육진흥원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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