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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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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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노인’
지난 2017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14%가 65세 이상인 ‘고령 사회’로 처음 진입했다. 지난 2000년 노인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처음 진입한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 비율이 이처럼 급격히 변해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주위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서사와 이미지 속에서 노인은 재현조차 되지 않거나 정형화된 이미지로만 소비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노인이란 정체성에 관해 생각하게끔 하는 전시 ‘에이징 월드’와 책 「품위 있는 삶」을 만나보자.

“내일도 나를 사랑해 줄래요?”
전시 ‘에이징 월드’ 

인간 조각상을 마음속으로 떠올려보자. 대부분 그 조각상은 건강한 몸을 가진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통념에 저항하는 전시 ‘에이징 월드’는 노인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을 해체한다.

전시는 아름답지 않은 몸이라면 볼품이 없다는 대중 의식이 잠재적으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뒤이어 세대 갈등, 소외와 같은 사회 문제에 노출된 노인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노인이 다수가 된 상황을 상상해본다. 관람자에게 한 벽면 전체를 채운 치매 예방 퀴즈를 풀어보게 하는 등 노인이 다수가 됐을 때의 미래를 체험해보도록 유도한다.

전시는 익숙한 젊음의 이미지를 탈피해 나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노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이미지는 이들을 향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뜨린다. 예술로 재현되지 못한 채 배제돼 왔던 노인이 바로 이 전시의 주인공이다. 전시 ‘에이징 월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10월 20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제발 나 좀 살려줘”
책 「품위 있는 삶」

정소현 작가의 책 「품위 있는 삶」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 작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독자에게 살아있음의 의미를 하나둘 건넨다.

표제작인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은 치매안락사보험에 가입한 한 노인의 이야기다. 치매안락사보험은 치매 판정이 내려지면 계약 파기가 불가능하고, 대신 안락사를 통해 ‘품위 있는 죽음’을 보장한다. 아버지의 치매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주인공은 자신이 치매에 걸린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로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죽음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발 나 좀 살려줘”

이 소설은 치매 환자의 시점에서 서사가 전개된다. 믿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변 인물들로 인해 수시로 뒤바뀐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망각한 주인공이 유일하고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뿐이다. 

치매 노인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정소현 작가의 책 「품위 있는 삶」을 펼쳐보자.

사진출처: 창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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