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로 함께하는 타인의 일상
‘브이로그’로 함께하는 타인의 일상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9.08
  • 호수 1499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차영철<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4> 씨는 유튜브를 통해 브이로그(Vlog) 보기에 푹 빠졌다. 차 씨는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의 일상을 체험하는 게 재밌어서 브이로그를 즐겨 시청한다”고 말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단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일컫는다. 개인의 일상을 글이나 사진으로 남기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급부상하고 있는 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를 ‘일상’ 공유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 키워드 검색 도구인 ‘키워드툴’에 따르면 유튜브 한국 채널 내 ‘브이로그’ 검색 수는 지난해 8월 5천600건에서 지난 2월 109만1천 건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브이로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튜브 내 다양한 채널에서 브이로그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브이로그의 매력은 ‘공감’에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얻는 원인은 시청자가 브이로그를 보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평소 궁금했던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일상을 보며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생각이나 행동에 동조하면서 공감할 수도 있다. 브이로그를 통해서 △변호사 △승무원 △연예인 등 평소 만나기 쉽지 않아 한 번쯤 일상을 궁금해 해봤을 사람부터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고시생 △대학생 △취업준비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브이로그를 보다가 최근 직접 제작하기에 시작한 차 씨는 “시험 치러 가는 일상을 브이로그로 만든 적이 있는데 가장 조회 수가 높다”며 “시험을 치러 갈 때 준비하는 모습이나 고사장 분위기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사건에 사람들이 공감해 많이 검색해보고 시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이로그 인기에 관해 임명호<단국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브이로그에는 다양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가 많다”며 “이런 콘텐츠를 보면서 동조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어 시청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브이로그는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특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이 세대는 온라인을 매개로 한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상 소통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런 세대만의 특성이 브이로그 콘텐츠에서 잘 드러난다. 브이로그 제작자는 시청자에게 소통을 촉구하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댓글과 실시간 채팅 기능으로 브이로그 속에서 방문했던 장소나 사용했던 제품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유튜브 매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브이로그 콘텐츠 소비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상권 무법지대, 브이로그
브이로그는 일상을 담는 콘텐츠다 보니 그 특성상 영상을 찍는 시간이나 장소가 한정돼 있지 않다. △길거리 △교통수단 △식당 △카페 △학교 등에서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촬영하는 브이로그에는 종종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온라인상 떠도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공공장소 이용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는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다. 동의를 받더라도 그 배포 및 유포는 허락을 따로 받아야 한다. 정연덕<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동의 없이 브이로그에 자기 얼굴이 노출됐을 경우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손해배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허락 없이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려 한다면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좋다. 또한 브이로그 제작자 역시 다른 사람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브이로그는 일종의 ‘노동’
브이로그 제작자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1천 명 이상, 연간 영상 재생 시간이 총 4천 시간 이상이 되면 광고수익을 얻는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라 할지라도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수익이 발생한다. 

같은 일상 공유 플랫폼이라도 수익이 발생할 경우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유튜버는 브이로그 제작 자체가 일종의 부업으로 취급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회사 내 취업 규칙상 겸직을 금지하고 있으면 수익이 발생하는 브이로그 유튜브 운영 역시 단순한 일상 공유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며 “회사로부터 겸직을 허락받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허락 없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음을 사측에 알리기만 하면 되는 신고제로의 제도적 변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타인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브이로그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렇게 브이로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한 유튜브 공간을 하나둘 채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 브이로그 제작이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 또한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온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춰,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노동을 인정하기 위해선 제도 역시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 임명호<단국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정연덕<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