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 김초엽에게 ‘빛의 속도로 빠져들다’
SF 작가 김초엽에게 ‘빛의 속도로 빠져들다’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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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지닌 작가. 김초엽 작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 SF계의 떠오르는 신예, 김초엽 작가는 한대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포스텍 화학도 출신다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그녀만의 특별한 시선을 보여줬다. 언제나 우리 사회의 가녘에 위치한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그녀의 문체를 그녀와의 대화에서 음미해보자.

▲ 김초엽 작가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작가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Q. SF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과학이란 학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공계를 가게 됐죠.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학내 교지편집부에 가입해 과학의 특성에 관한 글을 계속 써왔어요. 그러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소설 쓰기를 시작했는데, 대학원생 시절 공모전이 열린 걸 보고 지원했는데 당선이 됐습니다.

Q. 작가님은 화학을 전공하셨는데, 소설을 쓸 때 과학 지식이 어떤 영향을 줬나요?
제가 화학을 전공한 이유 중 하나가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먹거나 만지는 물질이 우리 정신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소설을 쓸 때 이런 물질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물질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한다던가......

Q. 최근 한국 SF의 인기 배경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SF에 관심이 많아 그때부터 한국 과학소설을 꾸준히 찾아 읽었어요. 지금 SF가 많은 주목을 받는 배경은 다름 아닌 제가 어릴 적부터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분들의 공이 컸다고 생각해요. 그때만 해도 SF를 기고할만한 지면도 없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환경에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쓰시던 분들이 계셨잖아요. 저같은 사람들도 그 작품을 읽고 입문한 거고요.

Q. 작가님의 단편 「스펙트럼」, 「공생가설」에선 외계생명체와의 만남과 공존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까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종 타인의 마음에 대해 추측하려 하면서 왜 그러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이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저 ‘그런 사람’이 있는 거예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세상에 많은 것은 당연하고, 당연히 타인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Q. 작가님은 과학기술 발전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사람이라 (웃음) 기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해요. 과학기술 발전을 낙관적인 방향으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지, 기술이 반드시 나쁜 미래를 만들 것이라는 디스토피아나 인간에게 언제나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유토피아 등 어느 것 하나로 상정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SF는 기술 발전이 간과하는 문제를 꼬집으면서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경향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과학기술을 통한 유토피아를 상상해보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토피아에 근접해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할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유토피아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잘못된 부분을 먼저 봐야 해요. 냉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든 유토피아를 그려내든 그 세계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초엽 작가가 한대신문과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 김초엽 작가가 한대신문과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Q. 현재 「시사IN」에 연재 중인 칼럼 ‘사이보그가 되다’는 어떤 내용인가요?
장애와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장애학에서는 기술을 그다지 우호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기술이나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을 ‘고치려고’ 하잖아요. ‘널 치료해주겠다’라며 시혜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장애가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장애가 사라지면 좋아지기만 할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장애와 기술의 관계는 복잡한데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만 과학이 논의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모두 기술과 특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먼 미래를 장애의 관점에서 고찰해보고자 하는 칼럼입니다.

Q.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지금은 장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 단편 「감정의 물성」을 이어 써보려 하고 있어요. SF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 감정을 물질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정적이라 여겨지는 감정을 과학기술을 통해 없애버리면 좋은 결과만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감정이 철학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인 만큼 더 많은 공부를 해보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어요.

도움 : 정주엽 기자 jooyup100@hanyang.ac.kr
사진 제공 : 블러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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