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펨버타이징
광고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펨버타이징
  • 오수정 기자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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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용품과 주류업계 중심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앞세운 광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맥주 회사 ‘스텔라 아르투아’의 광고는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여성의 꿈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 방영된 ‘나이키’의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 광고는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1천만 뷰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는 사회가 정해준 경로를 따르는 여성의 삶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끝없이 도전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분할 화면 속에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인생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여성 자신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두 광고 모두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는 ‘펨버타이징’이다.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이란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기존의 성차별적이거나 여성 혐오적인 광고와 달리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한 광고를 뜻한다. 펨버타이징이 대두된 배경에 대해 조재영<청운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여성의 인권 성장과 동시에 광고업계의 새로운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여성의 권리 관련 이슈에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광고주 입장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많아졌다”며 “극적인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독립적 인간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 이미지를 표현한 광고가 제작됐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펨버타이징이 제작되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페미니즘에 관한 담론이 국내보다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펨버타이징 제작 또한 국내보다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펨버타이징 어워드’가 시행돼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2004년 도브(DOVE)의 ‘리얼 뷰티’ 캠페인은 펨버타이징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13년 ‘리얼 뷰티 스케치’ 캠페인은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광고는 FBI 몽타주 화가를 섭외해 여성이 본인의 얼굴을 직접 묘사한 몽타주와 타인이 묘사한 몽타주를 비교하는 과정을 담았다. 완성된 그림을 비교한 결과 모든 여성이 타인이 말하는 본인 모습보다 본인이 직접 평가한 모습이 훨씬 부정적으로 묘사돼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더 아름답습니다.(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라는 카피 문구를 통해 캠페인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도브는 이 광고에서 본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여성들에게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본인 그 자체를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은 펨버타이징이다.

▲도브의 ‘리얼 뷰티 스케치’ 광고의 한 장면이다.
▲도브의 ‘리얼 뷰티 스케치’ 광고의 한 장면이다.

펨버타이징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광고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펨버타이징 자체에서도 분명히 한계는 존재한다. 조 교수는 “펨버타이징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사회학적으로만 접근한 여성의 권리를 표현한 광고라는 점에서 사회 및 광고의 발전적 시각에서 볼 때 거쳐야 하는 과정임은 틀림없다”며 “하지만 이는 결국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한 반발의 한 현상에 해당한다는 면에서 펨버타이징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펨버타이징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의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는 범주에서 크리에이티브가 실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도움: 조재영<청운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사진 출처: Dove us 유튜브 공식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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