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대통령 대담에 대한 단상
[장산곶매] 대통령 대담에 대한 단상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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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 김종훈<편집국장>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특집 대담이 열렸다. 이날 대담은 대통령과 진행자 일대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있는 대담 프로그램이고, 기자회견 방식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갈 것으로 기대돼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 주요 현안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대통령과의 특집 대담’

이번 대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말이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대담이 끝난 뒤 남은 건 진행자의 태도 논란이 전부였다. 

첫 번째 논란은 진행자의 한 질문에 포함된 단어에서 시작됐다.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는 질문이 화근이었다. 이 표현을 두고 대통령에게 무례한 질문이었다는 말이 있었다. 독재자라는 단어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야당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물은 것이니 질문 자체에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문 대통령도 당황하지 않고 이에 대해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에도 대담에서 더 공격적인 공방이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동시에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고, 기자는 국민들이 묻고 싶은 질문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기자의 질문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기자는 인터뷰이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한다.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해당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불쾌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기에 첫 번째 논란은 필자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두 번째는 진행자가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어 예의가 없었다는 논란이다. 이에 한 언론에서는 진행자가 말 끊은 횟수를 보도하기도 했다. 당연히 누군가의 말을 끊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이다. 물론 이 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나 유효한 말이다. 

이번 대담은 80분 생방송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있고 진행자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대담을 원활하게 이어나갈 의무가 있다. 진행자의 판단으로 대통령의 말을 끊은 것은 전적으로 그의 선택이자 권리다. 

하지만 그 말을 끊은 행동에 대한 평가 또한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진행자가 적절하게 대담을 이끌어가기 위해 말을 끊은 것인지, 혹은 잘 답변을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의 말을 부적절하게 끊은 것인지는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다. 말을 끊은 것 자체보다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졌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적잖은 시청자들이 진행자가 말을 끊은 것이 예의 없었다고 판단했다면 진행자의 인터뷰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논란에는 필자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자가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말을 막아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논란과 별개로 필자의 눈에 아쉬운 점도 보였다.

진행자의 질문이 날카롭지 않았던 것 같다. 대담을 넘어서 모든 인터뷰는 기존 인터뷰 질문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기존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 혹은 듣지 못한 답변을 듣기 위한 질문이 필요하다.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다시 짚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기존 답변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질문이 훨씬 날카로워야 한다. 

특히나 대통령과의 일대일 대담은 아무때나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이번 대담에서의 질문 중 인사검증과, 최저임금상승과 연관된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답변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느낌을 줬다.

논란을 포함해 이번 대담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필자가 그 진행자를 대신해 대담을 했다면 더 잘했을 거라는 ‘내가 해도 저것보다 낫겠다’ 식의 비난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인을 대표해 대통령과 대담을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그곳에서 대표선수로 나선 진행자가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대통령 대담이 남은 임기 중 다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리게 된다면 이번보다 나은 대담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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