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라는 물음이 중요한 이유
[칼럼] ‘왜?’ 라는 물음이 중요한 이유
  • 박희봉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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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봉<KBS 기자>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의 리포트 기사 초고를 보다 보면 항상 겪는 증상이 있다. 질서 없이 나열된 팩트(fact)로 인한 어지러움과 기사를 다 읽고 난 뒤에 떠오르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란 허망한 물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입사의 문턱을 이제 막 넘은 수습기자를 탓할 일은 절대 아니다. 지난한 수습과정에 뛰어든 그들은 기자로서 이제 막 실무적인 배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수습기자들의 이러한 오류는 ‘왜?’  라는 질문을 기사 작성의 중심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기사를 왜 쓰는가?’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제공인가? 사안의 분석인가? 갈등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려는 것인가?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확고하게 서 있으면 어떤 팩트를 취하고 어떤 팩트를 버려야 할지, 기사의 뼈대를 어떻게 구성해야할지에 대한 해답 또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다. 기사를 ‘왜’ 그렇게 썼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감 있게 답할 수 있다.

비단 기사만의 이야기일까? 우리 삶에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왜?’  라는 질문 없이 많은 일을 벌인다. ‘남들이 다 하니까.’, ‘왠지 해야 할 것 같아서’, ‘취업을 해야 하니까.’, ‘성과를 내야 하니까.’ ‘왜?’ 라는 질문에 대한 확고한 대답을 얻지 못하고 시작한 일은 금세 동력을 상실하거나 결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움직이는 것이다. 

단군 이래 가장 뛰어난 스펙을 가지고 취업 시장에서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는 후배들은 ‘이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성과사회, ‘할 수 있음’을 강요하고 ‘할 수 있을 수 없음’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그늘 속에서 이 무슨 엉뚱한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이런 성과사회 속에 사는 후배 여러분들의 성공을 위해서도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중요하다.
후일 여러분이 어떠한 업무 미팅을 준비하든, 어떤 프리젠테이션을 하든,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든, 어떤 논문을 쓰든, 어떤 면접을 보든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하죠?’, ‘우리가 왜 당신 프로젝트를 채택해야 하죠?’, ‘우리가 왜 당신 회사와 함께 일해야 하죠?’ 등등. 세상 많은 일이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왜?’ 라는 질문에 대답을 얻는 과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들은 이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 그냥 일 자체를 해내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마지막 문단이다.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에 한 번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나의 삶 속엔 어떤 일들이 있고 나는 그 일들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해답을 구해보았으면 한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좋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만약 답을 구할 수 없다면 과연 그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확고한 답을 구했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것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후배 여러분들이 ‘왜?’ 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를 다시 한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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