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예비군 훈련, 일부 학생 서서 이동해
학생예비군 훈련, 일부 학생 서서 이동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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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일정 변경 신청 받지 않겠다’는 학교 답변이 논란 키워

지난 2일, 서울캠퍼스 학생예비군에 동원된 약 15여 명의 학생이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 버스 통로에 서서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지난 2일 예비군 훈련 대상자인 586명이 다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45인승 버스 11대를 대절했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 당일 학교가 예상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해 버스가 부족했다. 학교는 당일 아침 추가로 버스 1대를 대절했지만 추가로 대절한 버스가 학교까지 오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추가 대절한 버스를 타고 훈련장에 갈 경우 훈련장 입소 시간에 늦을 것으로 예상한 학교는 모든 학생을 기존 대절한 버스에 태워 예비군 훈련장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강변북로에서 기존 버스에 서서 가던 학생을 추가 대절한 버스로 이동시켰다.

당일 훈련에 참석한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학교는 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냥 버스 통로에 서서 이동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처음에는 강변북로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지도 몰랐다”며 “학교에서 강변북로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사고가 날까 굉장히 불안했다”고 말했다. 당일 훈련에 참석한 이현웅<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5> 씨는 “시내버스처럼 손잡이 등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좌석 간 통로가 좁은 45인승 버스에서 서서 가는 것은 사고 위험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학교는 훈련 대상자 전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훈련 참석률을 예측해 이에 맞춰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대절해 왔다. 지난해까지 시행된 학생예비군 평균 참석률은 85% 정도였다. 이에 학교는 이번 학생예비군 훈련 역시 훈련 대상자의 85% 정도가 참석할 것이라 예상하고 지난 3월 말 미리 버스를 대절했다. 예비군 연대 소속인 김중현<학생처 학생지원팀> 직원은 “만약 남는 버스가 생기면 그 버스는 당일 운행을 못해 버스 대수만큼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 적절한 수의 버스를 대절했다”고 말했다. 김 직원은 “이례적으로 지난 2일에는 예비군 훈련 참석률이 91.4%에 달해 버스 1대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학교의 대처에 관해 학생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 침해와 관련한 문제를 담당하는 학생인권복지위원회 위원장 김재훈<정책대 행정학과 15> 씨는 “참석률을 85%로 예상한 것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이며 안일한 생각”이라며 “예비군 훈련 참석률 100%인 상황을 가정하고 버스를 대절한다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씨는 “모든 학생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할 것을 예상하고 버스를 대절하는 것은 버스 대절비 낭비”라며 “참석률을 예상해 버스를 대절하는 것은 합리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 역시 “효율을 생각하기에 앞서 참석률이 85%를 넘겼을 경우를 대비했어야 한다”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학교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예비군 훈련 당일이었던 지난 2일, 버스에 서서 가는 상황에 관해 해결을 촉구하는 온라인 민원이 올라왔다. 이 민원에 관한 학교의 과격한 답변은 일부 학생들의 반발을 야기했다. 학교 측은 온라인 민원 답변을 통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많은 학생들이 학생예비군 훈련 날짜를 변동했기 때문’이라며 ‘2학기 예비군 훈련부터는 일정 변경 신청을 받지 않고 계획된 훈련 인원에 맞는 차량 배치를 통해 학생 안전이 보장되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들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이 씨는 “이번 상황의 결과로 훈련일자 변경 신청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을 해결책이라고 말한 것이라면 단순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직원은 이런 학생들의 비판에 “갑작스러운 민원에 그렇게 답변한 것 같다”며 “답변 내용과는 달리 훈련 일정 변경 신청은 계속해서 받을 것이며 예상 참석률을 87%로 예상하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학생예비군에 동원된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학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황수진 수습기자 pooh397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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