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의미 없는 선택은 없다
[취재일기] 의미 없는 선택은 없다
  • 고다경<대학보도부> 정기자
  • 승인 2019.05.12
  • 호수 149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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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다경<대학보도부> 정기자

누구나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할 때가 있다. 필자 또한 그렇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며 과거로 돌아간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곧 현재로 돌아와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한 일이며 ‘의미 없는 선택은 없다’고 말이다.

작년 한대신문에 들어와 수습기자를 거쳐 정기자가 되기까지 필자에게 수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수습기자 시절 원고지 한 장 분량의 글은 자정을 넘어서야 데스킹 과정을 통과했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대학 내에서 기사 소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필자가 한대신문에 남아있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일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모든 선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옳았고 필자는 한대신문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한대신문을 통해 책임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배웠다. 이전에는 책임감이란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신문사에도 이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다가오는 마감일에 맞춰 급하게 작성한 티가 나는 기사를 쓰기보다 기사다운 기사를 담기 위해 고민한다. 신문 제작에 있어서 치명적인 실수인 오타나 비문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원고를 확인하고 완성도 높은 신문을 위해 노력한다. 이들을 보며 스스로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필자의 오만함은 완전히 깨졌다. 책임감이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봤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한대신문을 통해 ‘함께하는 것’의 힘을 배웠다. 한 학기 분량의 기획안을 준비하는 방중회의 당시 신문사에는 8명의 기자밖에 없었다. 기획안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었고, 이후 한 명의 기자가 그만두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우리는 큰 문제 없이 이번 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한 덕분이라는 것을 안다.

한대신문을 통해 ‘좋은 기사의 기준’에 대해 알게 됐다. 얼마 전 같은 기수의 기자와 신문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기자는 신문사 생활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힘겨워 보였다. 비교적 쉽게 기사를 써왔던 필자는 이에 완벽하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눈 이후 이런 불만과 힘듦은 한대신문 기자로서 느끼는 ‘진정한’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백점짜리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된 과정이 수반된다. 쓰기 쉬운 주제보다 독자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기 위한 고민부터 심층적인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기자가 느끼는 고통은 기사의 질과 비례한다. 지금까지 신문사 생활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는 것은 좋은 기사를 쓰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두렵기는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신문사 생활을 조금은 고통스럽게 보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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