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람료, 유지냐 폐지냐
문화재 관람료, 유지냐 폐지냐
  • 이예종 수습기자
  • 승인 2019.05.12
  • 호수 1495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지리산 국립공원의 천은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무려 32년 만의 조치로, 지난 10년간 계속된 문화재 관람료 논쟁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껏 국립공원 내 사유지인 사찰은 국립공원 방문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왔다. 이에 국립공원만 찾고 사찰은 방문하지 않는 방문객들은 사찰에 관람료를 지불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지속해서 주장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립공원 관련 민원 946건을 분석한 결과, ‘공원시설물 이용 불편사항’에서 ‘관람 의사가 없는 사찰 등에서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따른 불만 사항’이 38.8%로 가장 많았다. 또한 관련 법안 개정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화재 관람료 징수액은 2017년 710억 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런 상당한 규모의 돈이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국민들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반면 사찰계의 입장은 다르다. 1962년 문화재 보호법이 공포되고 사찰의 문화재, 법당, 탑 등 부지가 전면 보호 및 규제 대상이 됐다. 국가가 사찰이 오랫동안 지켜온 사유재산을 국유화시켜 그 권리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보상 차원에서 정부가 ‘문화재 보호법 제49조(관람료의 징수 및 감면) 1항’에 따라 문화재 관람료 징수권을 명문화했다. 사찰은 불교문화 보존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관람객과 사찰 사이의 갈등에 대해 오치옥<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립공원의 상당한 면적을 사찰이 소유하고 있어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국가가 개인이 소유한 땅에 멋대로 시민공원을 만들고 보상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화재 관람료 갈등은 특정 집단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해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문화경관을 보존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이용객과 사찰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상 편의를 위해 문화재 관람료를 무작정 폐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환경부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국립공원 방문과 같은 생태계서비스의 수혜자가 공급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를 만든다. 탄소배출권이 생태계 파괴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라면,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는 생태계 보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 교수는 “국립공원 입장 자체를 생태계서비스 수혜라 볼 수 있다”며 “사찰이 생태계서비스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공급자 역할을 맡고, 국가는 입장료를 방문객에게 징수한 뒤 인센티브 개념으로 일정액을 사찰 지원에 투명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5월은 추위가 풀리고 산록이 만연한 국립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달이다. 정부가 문화재 관람료 갈등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찰 문화를 보존하고 국립공원 방문객의 불만을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움: 오치옥<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