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크린 독과점은 과연 문제인가
[칼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크린 독과점은 과연 문제인가
  • 곽은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 승인 2019.05.06
  • 호수 149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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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한두 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몇십년 동안 거대자본이 투입된 영화가 나오는 시기가 되면 늘 논란의 중심이 되는 내용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무엇인지 간단히 말하면 대규모의 영화 몇 편이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잠식하는 불공정한 개봉환경을 뜻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한데, 이는 어느 영역에서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문화가 그렇다. 문화 영역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중 영화에서도 상업적인 영화 외에도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저예산 영화를 다양성 영화로 정의하고 이런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다양성 영화관’이 생겨나고 있다. 국민의 영화 향유권을 증진하고 영화산업의 획일화를 막기 위한 다양성 영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시행하고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의 경우 상업영화의 상영 비율을 늘리고 다양성 영화의 상영 비율을 줄이는 등의 운영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업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인 목표를 갖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영화관에 대한 고객들이 갖는 불만이나 부정적인 태도도 온전히 그들이 떠안는 것인데 말이다.

다시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돌아가면,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대기업이 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을 겸영하는 수직계열화로 운영되어 롯데, CJ의 제작 혹은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유리한 측면이 있긴 하다. 영화의 경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시리즈물이 아닐 경우 수요·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투자가 아닌 이상 스크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처럼 같은 시리즈물이라도 흥행차가 크게 날 수도 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해외에서 성공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선 실적이 저조한 영화도 있다. 이처럼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투자대비 이익을 얻기 위해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과 영화 흥행을 동일시 봐도 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생각은 흥행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이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천만영화 혹은 이에 근접한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들 중 <극한직업>과 <검사외전>은 스크린 독점이 영화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스크린독점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군함도>와 <안시성>의 경우에는 스크린독점 논란과 영화 내적 요소로 인해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스크린독점이 꼭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공급에 비례하는 수요가 없는 즉 관객의 기대와 동떨어진 스크린독점은 오히려 해가 됨을 의미한다.

최근 스크린 독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상영점유율이 80%(개봉 첫날 기준)로 전례 없는 스크린 독점을 기록하였고, 실제 개봉 전 사전예매만 200만명이 넘어서는 등 높은 수준의 수요를 보여주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높은 수준의 화질을 요구하는 관객이 많아져 개봉 첫날의 경우 암표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높은 상영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선 관객의 수요는 ‘볼 자리가 없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우스꽝스러운 불만을 끌어내기도 한다. DC의 저조한 흥행기록만 보아도 거대자본,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불평/불만보다는 관객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질 높은, 재미있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곽은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필자의 요청으로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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