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몰(沒)이 아니라 청년몰(Mall)이 되려면
청년몰(沒)이 아니라 청년몰(Mall)이 되려면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9.05.06
  • 호수 149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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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방영을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은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요식업계의 권위자 백종원 씨가 자영업자들의 점포를 직접 방문해 부족한 점을 찾고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이 프로그램엔 종종 전통시장 속 청년몰이 등장한다. 몇몇 청년몰이 TV 전파를 타게 되며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청년몰에 입주한 많은 상인들이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청년몰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몰, 너는 누구냐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2016년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전통시장에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고,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입점을 원하는 청년들이 유휴공간을 찾아 사업을 신청하면, 중기부가 적정성 평가를 거쳐 몰 단위로 ‘사업대상지’를 선정한다. 입점한 청년들은 최소 1년 동안 임대료나 인테리어·홍보 등의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이같은 청년몰 사업은 청년과 전통 시장 모두를 살릴 묘안이라 평가받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취지에도 폐업을 선택하는 청년 상인들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감사원에서 공개한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조성된 청년몰 내 점포 297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빈 점포 수가 조성 초기 24개(공실률 8.1%)에 불과하였으나 지난해 92개(31.0%)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계속해서 청년몰 개장에 힘쓰고 있다. 올해 개장하는 청년몰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을 비롯해 9개로, 총 162개 점포 개점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조성된 청년몰의 많은 점포들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청년몰을 기획하는 것보단 기존 점포들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 단추 잘못 꿴 청년몰 조성
청년몰 점포들의 실패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준비 없는 무분별한 창업이다. 이것은 사업을 기획한 중기부와 청년 상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지적이다. 청년몰 조성 사업 자체가 초기에 청년몰을 만들고 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업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은 기본적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확률이 높다. 창업을 하는 장소가 경기가 침체된 전통시장인 만큼 좋은 아이템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원도연<원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의욕만 가지고 도전하기엔 전통시장은 단골손님 중심의 보수적인 소비 공간”이라며 “청년몰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청년몰에 입점할 청년 상인을 선정하는 과정도 부실했다는 비판이 있다. 중기부는 청년 상인 선발을 개별 시장의 청년사업단에 맡겼다. 그러나 지역의 공무원과 교수가 중심이 된 청년사업단은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신청 서류와 한 차례 면접만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로 인해 사업을 운영할 역량이 부족하거나 처음부터 정부 지원금만 노리고 지원한 청년 창업자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원 교수는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선정 과정이 엄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자생력 키우는 청년몰 지원책
앞서 이야기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중기부는 청년몰 입점 청년 상인 모집 시 다단계 평가(△서면 △심층면접 △창업교육 공통과정 및 개별과정) 체계를 구축했다. 정윤정<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상인팀> 대리는 “교육 및 평가강화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준비된 청년  상인 발굴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며 “자질이 부족한 청년 상인은 선정되기 힘든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뚝도시장 내 문을 닫은 한 청년 점포의 모습이다.
▲ 뚝도시장 내 문을 닫은 한 청년 점포의 모습이다.


하지만 좀 더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 상인 지원 사업을 통해 뚝도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청년 상인 A씨는 “주차장 등 인프라 구축과 청년 점포 등에 대한 홍보 없이는 전통시장과 청년 상인 모두 성공하기 힘들다”며 “청년 상인들의 입점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청년몰 본래의 취지인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기에 맞춘 적정한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 대리는 “조성 사업 종료 후 갑작스런 지원 단절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인들을 돕고 그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사후 관리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년몰 사업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 교수는 “청년들은 좋은 창업 아이템을 연구하고 정부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청년 상인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청년몰 사업이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해 청년 창업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움: 원도연<원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정윤정<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상인팀> 대리
사진 김종훈 기자 usuallys1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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