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으로 대출에 손 뻗는 대학생들
생활비 부담으로 대출에 손 뻗는 대학생들
  • 오수정 기자
  • 승인 2019.05.06
  • 호수 149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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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시작되면 생활비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이 많다. 오승희<국문대 영미언어문화학과 19> 씨는 “대학 생활이 시작되면서 과 학생회비나 동아리 회비, 자취로 인해 발생하는 식비나 주거비 등 큰돈을 지출해야 하는 일이 늘어 생활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학자금 목적 제외 대학생 생활비 대출 건수와 액수를 그린 그래프이다.
▲2015년 말부터 2018년 7월 말까지 학자금 목적 제외 대학생 생활비 대출 건수와 액수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생활비에 부담을 느낀 많은 대학생들이 대출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학자금 목적 제외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대학생 대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 건수와 액수 모두 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대출액이 1조1천4억 원을 돌파했다.

대학생들은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생활비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학생 A씨는 “주거관리비나 기초생활비에 대한 부담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용돈만으로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채우던 생활비 부담을 해결할 수 없어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A씨는 “졸업 후 취업을 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대출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학생회비나 실습비 등 등록금 이외의 제2 교육비로 인한 부담에 대출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학생 B씨는 “등록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 직후 대학에서 학과 학생회비로 35만 원을 요구했다”며 “그리고 실습을 위한 재료비와 책을 구매하는데 30~40만 원이 필요해 결국 100만 원의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비용의 경우 목돈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분납이 어렵다”며 “그래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 해결한 뒤 천천히 갚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학생 생활비 대출금 증가세에 비해 연체금액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2014년 말 21억 원이던 연체액은 지난해 7월 말 55억 원으로 161.9%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 건수 증가율은 339.5%에 달했다. 대출율보다 연체율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대학생 채무자 부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효은<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씨는 대학생들이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제2금융권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대학생들은 신용이 낮기 때문에 제2금융권의 유혹에 쉽게 빠지지만 제2금융권은 이자가 높고 취업난으로 정기적인 소득 확보가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이자로 상환금액이 늘어난다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생활비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학교나 국가적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김 씨는 “대학생들의 생활비 대출 가능액을 늘리는 것은 근시안적 대책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이 생활비에서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인 주거비에 대한 지원을 늘리거나 취업난을 해소해 상환능력을 키우는 방안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의 생활비 대출 부담을 온전히 학생들의 책임으로 묻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복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김효은<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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