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공공미술은 있는가
‘바람직한’ 공공미술은 있는가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4.14
  • 호수 1493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캠퍼스 한양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은사자상을 만나게 된다. △본관 사자상 앞 △목월시비 앞 △노천극장 맞은편 등 한양8경에 설치된 은사자상에 관한 감상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귀엽다’, ‘학교 특징이 드러나게 잘 만들었다’며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누군가는 ‘돈 아깝다’, ‘이게 무슨 예술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문대 지하 1층 카페 맞은편에 설치된 은사자상의 모습이다.
▲인문대 지하 1층 카페 맞은편에 설치된 은사자상의 모습이다.

서울캠에 설치된 은사자상은 공공미술의 일종이다. 공공미술은 넓은 의미에서 공공장소에 전시되거나 설치된 미술 작품 또는 공공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술 활동을 가리킨다. 좁은 의미로는 △공공영역의 사회적 이슈를 표현하는 미술 △도시와 지역의 특정한 공간에 설치돼 그 장소의 특정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미술 △미술관을 벗어난 미술 △지역주민과 작가가 공동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공동체 미술 등을 일컫는다. 은사자상은 공공장소에 전시돼 있고 우리 학교의 특징을 고려해 학교 마스코트인 사자를 표현하기에 공공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미술인 은사자상을 놓고도 상반된 감상이 존재하듯, 미술 향유자인 대중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작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큰 논란거리가 되곤 한다. 이태호<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공공미술의 특성상 작가의 예술관과 대중의 취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역 앞 설치됐던 ‘슈즈트리’는 흉물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철거됐다. 코엑스 앞에 설치된 ‘강남스타일 손목상’, 한강 공원의 ‘괴물상’ 역시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고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보기에 아름다운 미술만이 공공미술?
그렇다면 공공미술은 대중의 입맛에 맞게 특정한 형식을 갖춰야만 할까. 명칭 속 ‘공공’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공공성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작품 제작에 있어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해 관람자가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에서 진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요강’에 따르면, 공공미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공공성만이 공공미술에서 중시돼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대중성을 명확히 정의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임성훈<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중의 예술적 감정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와 대중이 어떤 공공미술 작품을 기대하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미술 역시 미술의 한 종류라는 점에서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임 교수는 “미술은 미술가의 예술 표현 결과물이고, 본질적으로 사적인 것에 속한다”며 “공공미술은 제도나 사회적 장치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율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과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에서 공공미술이 장식이나 환경 미화에만 집중한다면 오히려 대중이 미술에 갖는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다.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는 단순히 그 작품이 아름다운지 판단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인간의 삶을 농밀하게 드러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임 교수는 “공공미술은 어디까지나 예술작품이고 단순히 도시환경을 위한 미화품이나 치장품에 그친다면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형식이 담길 수 없다”고 전했다. 우리 삶은 아름다운 조화만이 아니라 갈등이나 대립, 분열까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 역시 보기에 낯설거나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형태일 때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다양한지 드러낼 수 있다.

이렇게 공공미술이 대중에게 친숙한 형태가 아닐 때 오히려 더 다양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 교수는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형태의 공공미술 작품이라 하더라도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활발한 소통을 통해 그 작품에 대한 긍정적이고 새로운 시각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의 자율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공공미술은 자율성과 공공성 사이 긴장 속에 존재하는 예술 양식이다. 두 가치가 양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공공미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이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공공미술 자체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소통이 더 절실하다.

이제껏 설치된 공공미술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이 교수는 “비민주적인 경향 속에서 작품 설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작가와 대중 사이를 매개해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보충돼 둘 사이를 매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 역시 “공공미술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에서 던져지는 콘텐츠가 아니”라며 “전문가 집단과 비전문가인 대중을 대상으로 한 토론의 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내 또 다른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된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학교라는 특정 장소의 특징이 드러나면서도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담아내는 공공미술 작품을 기대해본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지금, 한양8경을 거닐며 만나게 되는 은사자상에 대해 학우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도움: 임성훈<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이태호<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