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당신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죠?
KBL, 당신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죠?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9.04.08
  • 호수 1492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때 농구는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이었다. ‘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등을 시작으로 1997년 KBL(한국프로농구)이 출범하기까지 한국 농구는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많은 관중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농구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 4대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시청률과 관중 수가 지속해서 감소했다. 이는 겨울 스포츠의 왕좌를 두고 경쟁 중인 배구가 시청률과 관중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평소 농구를 좋아한다는 신철민<인문대 사학과 18> 씨는 “과거엔 직접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NBA(미국프로농구) 등을 중계로 시청할 수 있어 KBL만의 차별적인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KBL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진단하는 인기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KBL의 고질적 병폐들
KBL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외국인 선수 중심의 단조로운 플레이다. 모든 공격을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설계하며 국내 선수들이 공을 받으면 먼저 외인 선수가 어디 있는지 찾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곧잘 잡히곤 했다. 이에 김우석<바스켓 코리아> 편집장은 “한국의 농구리그임에도 외국인 중심으로 경기가 운영되는데 팬들의 무의식적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외인 선수 신장제한 등 이를 해결해보려는 KBL의 뒤늦은 조처가 오히려 혼선만 빚게 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이 문제는 국내 선수의 기량 자체가 저하돼 국내 스타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과 연결된다. 김 편집장은 “예전보다 대학이나 고교 시절 운동하는 양이 현격히 적다”며 “이마저 팀 성적을 위해 개인의 기술보다는 조직적 플레이를 연습하는 데 전념하기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즉, 이런 한국 농구의 시스템적인 한계가 국내 선수들의 평균적인 기량 저하 및 스타 선수의 부재를 가져왔고 결국 외인 중심의 플레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김 편집장은 “최근 들어서야 선수 개인 차원에서 트레이너를 통해 따로 기술 연마를 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왔다”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심판 판정에 대한 지적도 자주 나온다. 홈 팀에 일정 부분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홈콜’이나 경기 향방을 좌우하는 크나큰 오심 등은 팬들의 ‘보는 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 편집장은 “오심 비율이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높다고 볼 순 없다”며 “그러나 아직도 KBL 일부 심판들은 판정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하는 일이 빈번해 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도전,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이런 KBL의 침체된 인기에 KBL 관계자들도 다양한 노력을 하며 KBL의 부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새로 출범한 KBL 집행부는 농구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보이스 포 KBL(VOICE FOR KBL)’을 마련했다. ‘보이스 포 KBL’은 매년 총 4회 약 2주에 걸쳐 팬들이 KBL 운영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다. KBL에 대해 좋은 의견을 낸 팬들을 선정해 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좌담회도 이미 두 번 개최됐다. 이에 KBL 홍보팀은 “이를 통해 KBL과 팬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개최된 ‘보이스 포 KBL’ 2차 팬 좌담회의 모습이다
▲ 지난 2월 개최된 ‘보이스 포 KBL’ 2차 팬 좌담회의 모습이다

또한 KBL은 보는 재미가 있도록 규칙 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KBL은 시뮬레이션(할리우드) 액션 등을 해 파울을 얻은 선수에게 경기 종료 후 비디오 분석을 해 이를 발견하면 경고하고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전개를 위해 KBL은 경기 흐름을 끊을 목적으로 고의적인 파울을 할 경우 상대방에게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논란이 일었던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도 다음 시즌 폐지하기로 하며 팬들의 여론을 귀담아듣는 모양새다. 이에 홍보팀은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단과의 면밀한 협의를 통해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

KBL은 다양한 이벤트 경기를 개최하며 흥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엘지와 부산 케이티의 경기가 시즌 최다인 7천511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밤 11시에 시작해 하프타임 때 ‘제야의 종’을 타종하고, 새해에 후반전을 시작하게 되는 ‘농구영신’ 경기는 처음 시작된 2016년부터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과거 KBL은 주로 서울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지방을 연고로 하는 프로농구의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산, 창원 등지에서 올스타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보팀은 “올 시즌의 노력에 대해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며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렴하는 KBL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된 모습 덕분일까. 올 시즌 KBL은 평균관중 2천829명을 기록해 지난해 2천796명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다. 김 편집장은 “이와 같은 긍정적 변화를 발판 삼아 KBL이 팬들과 소통하는 패러다임을 지속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KBL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팬들을 다시 코트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L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냐는 물음에 KBL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도움: 김우석<바스켓코리아> 편집장
KBL 홍보팀
사진 출처: KBL 홈페이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