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고픈 젊은 지휘자
진심을 담고픈 젊은 지휘자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9.04.07
  • 호수 149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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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진<KBS교향악단> 부지휘자

▲ 예술의 전당 내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윤 동문의 모습이다.

한국의 교향악단 중 부지휘자를 두고 있는 경우는 굉장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손꼽히는 KBS교향악단이 국내 최초로 부지휘자를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부지휘자를 맡게 된 주인공은 바로 윤현진 동문. 윤 동문은 본교 음대에 이어 동 대학원 지휘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에서 처음으로 지휘를 경험하며 지휘만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젊은 나이지만 음악에 대한 진심만은 다른 지휘자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진심이 담겨 있는 그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휘만의 매력을 느끼다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지휘자가 된 지금까지 윤 동문의 삶은 음악과 함께였지만, 그가 음악에만 빠져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 정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미술에 관심이 생겨 방학을 미술학원에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이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먹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 칸에 늘 ‘작곡가’라고 적었어요.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던 건 아닌데 막연하게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학교 작곡과에 입학한 그는 우연히 지휘를 경험하게 된다. 친구의 추천으로 의과대학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된 것이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지만 학생들만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지휘자 생활을 한 그지만 그때만큼 뭉클한 지휘는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음악을 연주하면서 감동을 한 것도 있지만, 젊은 연주자들과 연주하면서 그들만의 열정이 느껴졌어요. 비음악 전공 학생이 연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곡이라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나서 더 뭉클하기도 했죠. 마지막 4악장을 연주하는 도중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지휘를 접한 그는 제대로 지휘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대학원을 진학한다. 대학원에서 지휘를 본격적으로 배우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어졌다. “막연하게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때부터 ‘이게 나의 길인지?’, ‘내가 평생 지휘를 하며 살아야 하나?’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그는 음악대학 박은성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지휘를 공부했다. 수업을 들으며 박 교수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 때문에 주눅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지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윤 동문이 학생이던 당시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이었지만 지휘를 하는 지금에서야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당시 교수님께서 ‘지휘할 땐 오케스트라를 믿어라’, ‘지휘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같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당시엔 ‘지휘에 왜 정답이 없지?’ 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는데 이제는 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지 이해가 되죠.”

윤 동문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휘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에게 지휘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것은 작곡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 윤 동문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휘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에게 지휘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것은 작곡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젊지만 경험도 있는 지휘자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일원인 동시에 리더라고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100명이 넘는 연주자로 구성되지만, 지휘자는 단 1명뿐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지휘자들이 무대에 올라 지휘를 경험할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독일에서 유학 생활은 한 그는 독일의 지휘 커리큘럼은 정교하게 짜여 있고, 학교와 관현악단의 협업프로그램이 있어 상대적으로 젊은 지휘자가 무대에 설 기회가 많다고 했다. “첫 학기에 바로 독일의 ‘바덴바덴’이라는 도시에서 시립 교향악단의 지휘를 할 수 있었어요. 이듬해에도 오스트리아에서 저만의 작품을 지휘할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와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유학 생활 중 윤 동문은 2012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부쿠레슈티 지휘 콩쿠르’에 참가하게 된다. 지휘 콩쿠르도 다른 콩쿠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이력서와 서류를 제출해서 통과하게 되면 지휘를 할 기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3명 정도의 후보를 뽑아 최종 무대에 설 기회를 받는다. 그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특별상’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지휘자로서 다양한 교향악단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객원 지휘자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귀국 후 다양한 교향악단에서 활발히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젊은 지휘자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고민 끝에 객원지휘자보다는 한 교향악단에 머물며 지휘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KBS교향악단이 처음으로 부지휘자를 모집했고, 그곳에 지원하게 된다. “부지휘자가 꼭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연을 했어요. 그런 점이 오히려 연주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돼 좋은 자리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답을 망설였다. 아직 ‘내 스타일은 이렇다’고 정의를 내리기 너무 이르다는 말과 함께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고 싶지도 않다고 답했다. “독일 유학을 다녀왔다고 프랑스 음악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

준비된 지휘자가 되고픈 그
그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관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휘자의 역량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충분히 교감하는지와 동시에 그것을 청중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휘자는 위치적으로도 오케스트라와 청중의 가운데 위치하는 만큼 그들의 사이를 잘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윤 동문이 지휘에 있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준비’다. 연주회 준비 과정에서 지휘자가 실질적으로 오케스트라 앞에 서서 연습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휘 준비 대부분의 시간은 리허설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는 혼자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 작품을 연구한다고 한다. “지휘를 준비하면서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연습해요. 지휘자마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실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작품을 분석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지휘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대학 때 전공인 작곡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두고 있다. 그 이유에 관해 묻자 윤 동문은 2013년 참가한 현대음악 아카데미에 참가해서 만난 한 멘토의 이야기를 꺼냈다. 멘토가 자신이 작곡한 작품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은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후 윤 동문은 과거에 썼던 작품을 꺼내 고치고, 새로 쓰기도 하며 멘토처럼 자신의 곡의 직접 지휘하는 꿈을 갖고 있다. 

동시에 윤 동문은 한국창작 음악을 발굴하는 데에도 소명 의식이 있다고 한다. 그에겐 대한민국 지휘자인 만큼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윤 동문은 지휘할 곡을 택할 때 우리나라 작곡가의 곡을 눈 여겨 본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삶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지만, 그가 강조한 준비와 진심이 지금의 지휘자 ‘윤현진’을 만들지 않았을까. 지휘뿐만 아니라 작곡, 대한민국 창작 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그는 작품을 연주할 때, 연주자와 지휘자는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윤 동문은 진심을 담아 연주하고 지휘할 때만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작품을 연주할 때, 연주자와 지휘자는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윤 동문은 진심을 담아 연주하고 지휘할 때만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도움: 이세영 수습기자 chonsa1108@hanyang.ac.kr
사진 제공: 윤현진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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