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No-show)에 울상짓는 사업자, 소비자에게도 피해
노쇼(No-show)에 울상짓는 사업자, 소비자에게도 피해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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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
위약금 규정 실효성에 대한 의문
소비자 의식 개선이 우선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각 학과의 학생회와 동아리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학생회와 동아리 임원들은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원수에 맞는 적절한 식당을 예약한다. 그러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채 예약한 곳에 가지 않는 경우가 일어나곤 한다.

이렇게 고객이 예약을 해놓고 예약취소의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노쇼(No-show)’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지난해 새 학기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행사의 뒷풀이를 위해 식당을 예약했었다”며 “그러나 생각보다 행사가 지체되는 바람에 예약한 식당에 가지 못 했다”고 노쇼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래 항공업계 용어였던 노쇼는 외식업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대 서비스업종인 △고속버스 △공연 △미용 △외식 △의료 중 외식 분야의 노쇼율이 20%로 가장 높다.

노쇼는 사업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서울캠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익명을 요구한 B씨는 “손님이야 안 오면 그만이지만 업주 입장에선 자리를 비워두느라 다른 손님을 못 받거나 준비해둔 음식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예약 해놓고 가게에 오지 않는 손님이 있으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노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쇼는 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일부 업주는 노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예약을 받지 않기도 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예약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 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식사를 할 수 없는 불편을 겪는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씨는 “연말에 친구들과 모임을 위해 식당을 예약하려 했는데 식당 측이 예약을 받지 않아 모임 장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쇼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확정해 예약 취소 위약금을 일반 외식업까지 확대하고 위약금 규정을 신설했다.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예약시간 한 시간 전에 식당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취소하거나 취소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개정안의 취지는 의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씨는 “잦은 노쇼로 인해 예약보증금을 받을까 생각도 해봤다”며 “그러나 주변 식당 대부분이 예약보증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식당만 예약보증금을 받으면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식당에서 예약 보증금을 달라고 하면 다른 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해 예약 보증금에 대한 사업주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역시 노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추산에 따르면, 노쇼로 인한 손해액이 연간 약 2000억 엔, 우리 돈으로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은 노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 조치를 내렸다. 코스 요리를 예약 했다가 무단 취소하면 요리 요금 전액을, 좌석만 예약했다 취소했을 경우 평균 *객단가의 50% 정도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일각에선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고 있다. 

양세정<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노쇼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이로 인한 사업장의 실질적 피해를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노쇼 해결을 위해서는 위약금 제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의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소비자로서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할 때다.

*객단가: 경제용어로 고객 1인당 평균 소비 금액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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