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미세먼지로도 가릴 수 없는 것
[장산곶매] 미세먼지로도 가릴 수 없는 것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3.11
  • 호수 1490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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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 김종훈<편집국장>

미세먼지는 이름과 다르게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전혀 미세하지 않다. 그 미세한 것이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일기 예보를 봤지만, 이젠 공기질이 어떤지가 날씨보다 훨씬 중요하다. 감기 걸렸을 때나 쓰던 마스크는 이제 생필품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고 아무 마스크나 써서는 그 미세한 것을 막을 수 없다. 개당 1천 원이 넘는 마스크 가격은 대학생에겐 큰 부담이다. 이맘때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을 가린 미세먼지는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미세한 것이 가린 것은 3월의 파란 하늘만이 아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이종명 의원은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열고, 연사로 지만원 씨를 초청했다. 지 씨는 공청회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백 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모욕한 자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이 지 씨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초청한 것 자체부터 큰 문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이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는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을 했다. 지 씨의 발언도 충격적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더 큰 충격이다. 이 의원뿐 아니라 함께 참여한 김순례<자유한국당> 의원은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고 폄훼하며 한술 더 떴다. 

망언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도 놀랍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 입장을 아니라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내 지도부가 ‘5·18 민주화운동은 폭동이다’라는 말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으로 보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의 발언 어디에도 역사적 사실은 없다. 그저 헛된 주장 불과하다. 이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했지만, 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5·18 유공자에 대한 어떤 근거도 없이 괴물집단으로 깎아내렸다. 국회의원의 역사의식 부재를 다양한 해석쯤으로 보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공식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달 내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망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여·야당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자유한국당은 내부 징계에 미온적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만 보더라도 내부 징계는 언감생심이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려 여야가 모여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을 검토했다. 이 자리를 통해 국회 차원의 징계를 그들에게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로 이 안건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 넘어가 징계 여부 결정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국민들의 눈은 뿌연 하늘에 쏠렸다. 당장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5·18 망언보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이슈가 다른 소식들을 가린 것이다. 그들에겐 미세먼지가 반가울지도 모른다.

사실 몇몇 국회의원이 그런 망발을 한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당장 달라지진 않는다. ‘저런 이상한 사람도 있는 거지’ 하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길거리엔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숨 막혀서, 마스크 사는 돈이 아까워서 아니면 단순히 귀찮아서.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한 미세먼지가 미래의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다. 고작 몇몇 국회의원의 망언이 대한민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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